카테고리 없음
한기총의 아이큐 / 서민(徐民)
포데로샤
2011. 3. 9. 21:45
강아지 두 마리를 기르고 있다. 편애가 좋진 않아도 난 둘째(이름 예삐)를 더 예뻐하는데, 예삐의 외모가 내 스타일이고 붙임성도 좋은 데다 결정적으로 머리가 영리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건 말할 것도 없고, 숨바꼭질과 달리기 등 고차원적인 놀이도 할 수 있으니 예뻐할 수 밖에. 그래서 난 예삐가 원하는 모든 걸 해 주고 있다. 녀석이 간식을 먹을 때면 드러누워 식탁 역할을 해 주고, 시원한 물을 달라고 하면 물그릇의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떠다 준다. 첫째 강아지는 이런 내가 서운한 모양으로, 늘 슬픈 표정으로 날 바라보곤 한다.
예삐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예쁨을 받아야 직성이 풀린다. 도둑을 잡는다는 개의 본성은 망각한 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려 그들로부터 "정말 귀엽구나!"라는 감탄이 나오게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순한 예삐가 화를 낼 때가 있으니, 그건 내가 다른 강아지를 쓰다듬을 때다. 그러면 녀석은 맹렬히 짖으며 그 강아지를 발로 밀쳐 내는데, 그때 보면 애완견이 아니라 맹수 같다. 그냥 예의상 만졌을 뿐이라고 설명을 해도 말을 듣지 않는데, 내가 자기를 얼마나 예뻐하는 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대통령님은 기독교를 아주 사랑하신다. 꼭 소망교회 장로라서만은 아니다. 같은 기독교 장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는 애정 면에서 차원이 틀려서다.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해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는 나라 전체를 하나님한테 바치려는 듯하다. '고소영'이라는 유행어에서 보듯 소망교회 사람을 중용해 왔고, "요즘도 가끔 원로목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단다.
얼마 전에는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을 끓고 기도하기도 했다니, 신앙심의 깊이가 가히 대단하다. 이러니 여권 중진의원이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거다. 다른 종교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어서, 불교계 인사들이 서울시청 앞에 모여 대규모 항의를 벌인 적도 있고, 작년 말에는 "더 이상 정부 여당이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판단을 하리라는 기대를 접었다"는 분노에 찬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통령 하야운동도 불사하겠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말이다. 기독교의 지도자 중 한 분의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건 충격 그 자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기총) 길자연 회장은 그 발언이 농담이었다고 했지만, 하나도 안 웃기는 말을 농담으로 우기는 건 더 말이 안 된다. 기독교 사랑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대통령에게 조 목사가 이런 독설을 퍼부은 건 소위 이슬람채권법 때문이다. 물론 이건 대통령이 이슬람을 예뻐해서 취한 조치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지어 주려면 이 법이 필요하고, 장차 이슬람 자본 유치에도 도움이 되니까 국익 차원에서 이러는 거다. 일본과 프랑스도 이를 위해 법제를 정비하고 있다지 않은가?
하지만 기독교계의 높은 분들은 이걸 이슬람 사랑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한기총 길자연 회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교편향의 입장에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국민으로서 애국적 입장에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당최 모르겠지만, 내가 쓰다듬는 다른 개를 앞발로 차내는 예삐의 모습이 연상돼 웃음이 나온다. 갑자기 궁금하다. 한기총의 아이큐는 예삐와 비슷한 걸까?
3월 9일자 경향신문 34면 서민의 과학과 사회에서 가져 왔습니다.
----------------------------------------------------------------------------
즐겁게 읽었다. 오피니언 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글이었다. 가장 신선한 부분은 이 대목이었다. 그 발언이 농담이었다고 했지만, 하나도 안 웃기는 말을 농담으로 우기는 건 더 말이 안 된다.
예삐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예쁨을 받아야 직성이 풀린다. 도둑을 잡는다는 개의 본성은 망각한 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든 사람에게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려 그들로부터 "정말 귀엽구나!"라는 감탄이 나오게 만든다. 하지만 이렇게 순한 예삐가 화를 낼 때가 있으니, 그건 내가 다른 강아지를 쓰다듬을 때다. 그러면 녀석은 맹렬히 짖으며 그 강아지를 발로 밀쳐 내는데, 그때 보면 애완견이 아니라 맹수 같다. 그냥 예의상 만졌을 뿐이라고 설명을 해도 말을 듣지 않는데, 내가 자기를 얼마나 예뻐하는 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대통령님은 기독교를 아주 사랑하신다. 꼭 소망교회 장로라서만은 아니다. 같은 기독교 장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는 애정 면에서 차원이 틀려서다. 서울시장 재직 당시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해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된 뒤에는 나라 전체를 하나님한테 바치려는 듯하다. '고소영'이라는 유행어에서 보듯 소망교회 사람을 중용해 왔고, "요즘도 가끔 원로목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단다.
얼마 전에는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무릎을 끓고 기도하기도 했다니, 신앙심의 깊이가 가히 대단하다. 이러니 여권 중진의원이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거다. 다른 종교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어서, 불교계 인사들이 서울시청 앞에 모여 대규모 항의를 벌인 적도 있고, 작년 말에는 "더 이상 정부 여당이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판단을 하리라는 기대를 접었다"는 분노에 찬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통령 하야운동도 불사하겠다."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말이다. 기독교의 지도자 중 한 분의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건 충격 그 자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기총) 길자연 회장은 그 발언이 농담이었다고 했지만, 하나도 안 웃기는 말을 농담으로 우기는 건 더 말이 안 된다. 기독교 사랑을 온 몸으로 실천하는 대통령에게 조 목사가 이런 독설을 퍼부은 건 소위 이슬람채권법 때문이다. 물론 이건 대통령이 이슬람을 예뻐해서 취한 조치는 아니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원전을 지어 주려면 이 법이 필요하고, 장차 이슬람 자본 유치에도 도움이 되니까 국익 차원에서 이러는 거다. 일본과 프랑스도 이를 위해 법제를 정비하고 있다지 않은가?
하지만 기독교계의 높은 분들은 이걸 이슬람 사랑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한기총 길자연 회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교편향의 입장에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국민으로서 애국적 입장에서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당최 모르겠지만, 내가 쓰다듬는 다른 개를 앞발로 차내는 예삐의 모습이 연상돼 웃음이 나온다. 갑자기 궁금하다. 한기총의 아이큐는 예삐와 비슷한 걸까?
3월 9일자 경향신문 34면 서민의 과학과 사회에서 가져 왔습니다.
----------------------------------------------------------------------------
즐겁게 읽었다. 오피니언 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글이었다. 가장 신선한 부분은 이 대목이었다. 그 발언이 농담이었다고 했지만, 하나도 안 웃기는 말을 농담으로 우기는 건 더 말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