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기부단체 투명·효율성 검증
구세군조차 월별 명세 비공개
경영정보 공시한 3991곳 중
유의미하게 공개한 곳은 19곳뿐
#유명 국제원조기구에 매달 6만원씩 10년 간 내던 이모(53ㆍ여)씨는 지난해 기부를 끊었다. 베트남 불우 어린이를 돕겠다던 돈이 교회 어린이 교육에 쓰이는 사실을 기구 직원에게서 우연히 들은 때문이다.
#자원봉사자 한모(32)씨는 3년 전 동료에게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네팔 한 초등학교 벽화가 2개월 새 7번 바뀌었고, 지웠다 그렸다를 반복했는데 그게 한국단체의 이른바 ‘해외봉사’였다는 것이다. 같은 단체가 두 번 다녀가기까지 했다.
우리의 기부는 한해 기부금 60%가 12월과 1월에 집중될 만큼 연말연시를 탄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2년 전체 기부금 11조8,000억원 중 개인기부는 7조7,000억원(법인기부 4조1,000억원). 이 가운데 종교단체 기부를 뺀 개인의 사회기부는 2조원대로 추정된다. 이런 기부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는 여전히 석연치 않은 부분으로 남아 있다. 돈 쓰임새는 보지 않고 홍보 잘 하는 큰 단체에 돈을 몰아주는 게 우리의 기부문화인 때문이다. 이 문제를 지적하는 건 기부금을 끊게 만드는 역효과가 더 클 수도 있지만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시급한 과제인 것도 사실이다. 본보는 국내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기부금을 받는 단체들의 투명성과 효율성 검증을 시도했다. 이번 조사에서 충격적인 사실은 이런 외부검증이 가능할 만큼 살림살이를 공개한 곳조차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기부금을 받는 공익법인은 2만9,509개인데 이 가운데 공시의무가 있는 곳은 14%인 3,991개에 불과하다. 국세청의 공시의무 기준인 자산 10억원 연수입 5억원 이상은 미국 영국에 비해서 4~12배나 약한 것이다.
본보는 이에 따라 비영리기구(NPO) 공시 전문기구 한국가이드스타와 함께, 경영정보를 공시한 3,991개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했다. 그러나 이마저 단체의 투명성, 효율성을 검증할 정도로 재정 정보를 공개한 곳은 0.47%인 19개(적십자 제외)에 그쳤다. 이번 조사로 19개 이외 나머지 단체들의 잘못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가 기부금을 어떻게 쓰는지 알 수 있도록 공개하지 않은 문제점은 부인할 수 없다. 심지어 연말 거리모금의 상징이 된 구세군 자선냄비조차 상속세 및 증여세법 상 공시 의무사항인 ‘월별 기부금 모집 및 지출명세’를 공개하지 않아 19개 기관에서 제외돼 있다. 이에 대해 김기석 구세군 자선냄비본부 사관은 “기부금 관련 내용이 공시에서 빠진 것은 관계자의 단순 실수에 의한 누락”이라며 “구세군의 기부금 모집과 지출 내역은 연 4회 까다로운 재정감사를 받고 그 내용이 홈페이지와 행정자치부의 나눔포털에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19개 단체는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연 10억원 이상 대중모금을 하며, 공개된 결산서류들이 일치하는 곳이다. 19개 단체는 연간 모금액이 전체 3,991곳(4조6,700억원)의 26%(1조2,115억원)에 달할 정도로 대중성이 높고, 기부금에 대한 집행ㆍ감시, 단체평가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의 공시마저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역시 한계가 분명했다. 19개 단체가 기부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투명한지 비교 분석한 결과, 총 지출액에서 순수 사업비 비중으로 본 단체의 기부 효율성은 단체별로 최대 80%포인트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어린이재단은 지출액 1,347억원 중 96.95%인 1,306억원을 복지사업비에 사용, 효율성이 가장 높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널 등 6개 단체도 효율성이 80% 이상으로 높았다. 또 본보가 전문가 10명이 제시한 경영정보 공시, 사업성과, 기부홍보, 지배구조를 기준으로 해 단체의 투명성을 비교한 결과에서는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 밀알복지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1위에 올랐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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