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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이산가족 만나길 바라는 어느 할아버지의 사연

오늘도 몇 분이 남북 이산가족 신청 접수를 하러 오셨다.

북에 있을 가족이 만나고 싶은 통천군 출신 할머니,
자신을 대신해 의용군으로 간 큰 형님을 찾고 싶은 할아버지,
형부를 따라 북으로 이주한 두 언니를 만나고 싶은 백발의 할머니.

찾아오는 분들마다 애타는 그리움으로
가슴이 숯검댕이처럼 검게 타 들어간 듯하다. 그래서 더욱 절박해 보인다.

이들에게 소원은 가족과의 상봉이지만
그것이 불가하다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만이라도 알고 싶다한다.
남은 여생이 이제 길지 않기 때문이다.

한 할아버지의 전화에 난 가슴이 먹먹해졌다.

형님을 찾기 위해 이미 이산가족상봉 신청을 했고
또 세월이 훌쩍 지났는데 언제 나에게 기회가 오느냐고 울먹이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렸다.
설상가상으로 얼마전 받은 건강검진에서 간암을 진단받고
병원으로부터 얼마남지 않은 시한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소원은 자신의 형님이 살아계신지 알고 싶은 것.

현재 우리나라에는 87,000여명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북측에 있을 가족과의 만남을 기다린다.
이번 추석 남북적십자회담을 통해 100여명이 가족과의 만남이 성사된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으로 가슴아파하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분들에게 살아있는 동안 가족을 만나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