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연휴에 맞춰 금요일 하루 휴가를 냈다.
월요일까지 마저 낸다면 멋진 연휴가 될텐데 회사 분위기, 부서 사정을 감안하면
이것도 감지덕지다.
전부터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 총회를 마치고 나서 휴가를 갈 계획이었다.
주중 야간과 주말을 고스란히 헌납하고 지내온 몇달.
나는 나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어야 했다. 물론 내 아내와 함께할 시간도 필요했고.
이번 여행은 아내가 연출했다. 어디를 갈 것인지 나는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해 전적으로 아내에게 계획을 맡겼다. 다행히 아내가 좋은 계획을 짰다.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19번 국도를 따라서 구례와 하동 그리고 남해로 떠나기.
구례와 하동은 초행이다. 남해는 두번째지만 첫번째도 여행을 목적으로 다녀온 것이 아니라
태풍 '매미'로 피해입은 지역을 복구하기 위해서였다.
어린이날 아침, 우리는 일찍 출발했다.
완주까지 내리 고속도로를 달렸고, 고속도로를 벗어나서는 네비게이션에 의지해 국도길을 운전했다. 햇살이 눈부셨고, 신록은 보기만해도 마음이 상쾌해졌다.
가끔은 네비게이션을 놓쳐 길을 에둘러가기도 했지만 그 또한 여행의 묘미다. 여행이란 직진 이 아닌 우회하는 과정에서 찾는 가치가 아닐까..
구례에 진입하면서 19번 도로를 만났다. 큰 도로를 한참 잘 달리다가 네비게이션이 또 이상한 길안내를 시작한다. 논길 옆을 안내하지 않나 여하튼 초행길 여행자에게 큰 도로 말고 좁은 길로만 안내한다. 복잡하지 않은 시골의 한적함이란... 맘은 즐겁기만 했다.
화엄사상의 중심 구례 화엄사. 어느정도 규모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웅장했다. 주차장 옆 안내판에 써 놓은 법구경 한 구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죄를 짓는 것도 나, 복을 짓는 것도 나라는 단순하고도 의미심장한 구절.
산사에 발들이기 앞서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
화엄사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었다. 위편으로 대웅전, 각황전, 여러 탑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가 하면, 아래 편으로 새로 깔은 도로, 철골로 하부를 받친 건물은 다소 눈에 거슬렸다. 절터를 한 바퀴 휘이 둘러보고 보제루에 앉아 바람을 느꼈다.
화엄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부분이라면 '바람'이었다. 살에 와 닿는 시원한 바람.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건조하지도 않고 습하지도 않은 날씨를 만드는 건 바람이었다. 정작 본인은 실체가 없지만 사물과 부딪치며 자신을 알리는 존재. 연신 불어대는 바람에 초파일 연등은 찰랑거렸고, 흔들리는 연등아래 흑색 그림자가 물결을 이루었다.
예전부터 아내가 이런 얘길 했었다. 친구와 함께 처음 화엄사에 왔을 때 주지스님이 차를 태워줬고, 절에 데리고 가서는 식사를 주셔서 참 맛있게 먹었었다고..그래서 내가 그 때 밥을 먹었던 터가 어딘지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본인도 모르겠다고만 한다. 기억은 파노라마가 아니라 편린이다.
화엄사와 작별을 고하고 19번 국도에 올라타 하동으로 떠났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길, 섬진강을 오른쪽 허리 옆으로 끼고 달리는 길 내내 여유로웠다. 한국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쌍계사 앞 10리길에 진입했다. 비록 그 유명한 벚꽃은 졌지만 아름다움은 있었다. 게다가 하동이 차로 유명한 고장인 걸 진작 알았는데 현장에 와서 보니 실감이 났다.
때마침 하동에서는 야생차 축제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목적은 조용하게 쌍계사를 다녀가는 것인데 축제로 인해 번잡스러움을 피할 순 없었다. 쌍계사는 줄곧 오르막이었다. 계단이 많았고, 탑을 실내에 모셔 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성보박물관을 둘러보고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으로 향했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였던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인근 발닿는 곳, 눈 닿는 곳까지 자기 땅이었던 최씨 가문. 드넓은 평야와 유유히 굽이 흐르는 섬진강. 눈 앞에 펼쳐진 현장은 너무도 고요하기만 했다. 가지기도 힘들지만 여인의 힘으로 지키기 위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생각해 봤다.
마지막으로 찾은 종착지 남해군. 지난 2003년 직장에 입사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태풍 '매미'가 남해안 일대를 쓸어버렸다. 당시 선발대로 현장에 급파됐던 나는 이틀간 남해군 창선면 일대에서 구호작업을 하고 돌아왔다. 만조 때 닥친 태풍으로 인하여 배가 찻길을 막아서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월요일까지 마저 낸다면 멋진 연휴가 될텐데 회사 분위기, 부서 사정을 감안하면
이것도 감지덕지다.
전부터 여성봉사특별자문위원 총회를 마치고 나서 휴가를 갈 계획이었다.
주중 야간과 주말을 고스란히 헌납하고 지내온 몇달.
나는 나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어야 했다. 물론 내 아내와 함께할 시간도 필요했고.
이번 여행은 아내가 연출했다. 어디를 갈 것인지 나는 가뜩이나 머리가 복잡해 전적으로 아내에게 계획을 맡겼다. 다행히 아내가 좋은 계획을 짰다.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19번 국도를 따라서 구례와 하동 그리고 남해로 떠나기.
구례와 하동은 초행이다. 남해는 두번째지만 첫번째도 여행을 목적으로 다녀온 것이 아니라
태풍 '매미'로 피해입은 지역을 복구하기 위해서였다.
어린이날 아침, 우리는 일찍 출발했다.
완주까지 내리 고속도로를 달렸고, 고속도로를 벗어나서는 네비게이션에 의지해 국도길을 운전했다. 햇살이 눈부셨고, 신록은 보기만해도 마음이 상쾌해졌다.
가끔은 네비게이션을 놓쳐 길을 에둘러가기도 했지만 그 또한 여행의 묘미다. 여행이란 직진 이 아닌 우회하는 과정에서 찾는 가치가 아닐까..
구례에 진입하면서 19번 도로를 만났다. 큰 도로를 한참 잘 달리다가 네비게이션이 또 이상한 길안내를 시작한다. 논길 옆을 안내하지 않나 여하튼 초행길 여행자에게 큰 도로 말고 좁은 길로만 안내한다. 복잡하지 않은 시골의 한적함이란... 맘은 즐겁기만 했다.
화엄사상의 중심 구례 화엄사. 어느정도 규모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웅장했다. 주차장 옆 안내판에 써 놓은 법구경 한 구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죄를 짓는 것도 나, 복을 짓는 것도 나라는 단순하고도 의미심장한 구절.
산사에 발들이기 앞서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
화엄사는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고 있었다. 위편으로 대웅전, 각황전, 여러 탑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가 하면, 아래 편으로 새로 깔은 도로, 철골로 하부를 받친 건물은 다소 눈에 거슬렸다. 절터를 한 바퀴 휘이 둘러보고 보제루에 앉아 바람을 느꼈다.
화엄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부분이라면 '바람'이었다. 살에 와 닿는 시원한 바람.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건조하지도 않고 습하지도 않은 날씨를 만드는 건 바람이었다. 정작 본인은 실체가 없지만 사물과 부딪치며 자신을 알리는 존재. 연신 불어대는 바람에 초파일 연등은 찰랑거렸고, 흔들리는 연등아래 흑색 그림자가 물결을 이루었다.
예전부터 아내가 이런 얘길 했었다. 친구와 함께 처음 화엄사에 왔을 때 주지스님이 차를 태워줬고, 절에 데리고 가서는 식사를 주셔서 참 맛있게 먹었었다고..그래서 내가 그 때 밥을 먹었던 터가 어딘지 기억하느냐고 물었더니 본인도 모르겠다고만 한다. 기억은 파노라마가 아니라 편린이다.
화엄사와 작별을 고하고 19번 국도에 올라타 하동으로 떠났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길, 섬진강을 오른쪽 허리 옆으로 끼고 달리는 길 내내 여유로웠다. 한국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길로 꼽히는 쌍계사 앞 10리길에 진입했다. 비록 그 유명한 벚꽃은 졌지만 아름다움은 있었다. 게다가 하동이 차로 유명한 고장인 걸 진작 알았는데 현장에 와서 보니 실감이 났다.
때마침 하동에서는 야생차 축제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목적은 조용하게 쌍계사를 다녀가는 것인데 축제로 인해 번잡스러움을 피할 순 없었다. 쌍계사는 줄곧 오르막이었다. 계단이 많았고, 탑을 실내에 모셔 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성보박물관을 둘러보고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으로 향했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의 무대였던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인근 발닿는 곳, 눈 닿는 곳까지 자기 땅이었던 최씨 가문. 드넓은 평야와 유유히 굽이 흐르는 섬진강. 눈 앞에 펼쳐진 현장은 너무도 고요하기만 했다. 가지기도 힘들지만 여인의 힘으로 지키기 위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생각해 봤다.
마지막으로 찾은 종착지 남해군. 지난 2003년 직장에 입사하고 한 달이 지났을 때 태풍 '매미'가 남해안 일대를 쓸어버렸다. 당시 선발대로 현장에 급파됐던 나는 이틀간 남해군 창선면 일대에서 구호작업을 하고 돌아왔다. 만조 때 닥친 태풍으로 인하여 배가 찻길을 막아서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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