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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기침을 멈추게 하고 싶다.

 바쁜 일상이다. 다음주 총회를 무사히 마칠때 까지는 긴장을 늦춰서도 안되고 아파서도 안된다. 프로는 일할 때 아프지 않고 놀 때 아프다는 드라마 대사 참 공감가는 부분이다.
 이번 행사는 내 인생에서 커다란 경력으로 남을 것이다. 14년만에 돌아오는 행사를 맡게 된 이놈의 일복. 역으로 말하자면 쉽게 가질 수 없는 기회를 얻었다고 할까..문제는 얼마나 잘 치르냐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위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 불길한 생각을 일체 떠올리지 말고 다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최대한 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헤쳐가려 한다.

 며칠 전부터 헛기침을 했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침삼킴이 불편하더니 기침할 때마다 내장이 들릴 정도로 울림이 심하고 어제밤에는 머리까지 울린다. 도무지 그냥 넘어가선 안 되겠다 싶어 출근을 조금 미루고 동네의원을 찾았다.

 가장 좋은 영어학원의 조건이 뭐냐고 직장선배가 물었던 적이 있었다. 고민하다 대답할 타이밍을 놓쳤는데 선배 왈,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원이 좋은 학원이란다. 그래야 잘 다니고 실력이 는다나..병원과 학원을 같다 붙이기는 뭐하지만 그 생각 떠올리며 병원엘 갔다.

 나름 흥미로웠다. 우선 이 병원은 8시30분에 문을 연다. 부지런한 의사에 부지런한 간호사, 덩달아 아래층 약사마저도 부지런하다. 나처럼 온종일 사무실에 붙어 있는 샐러리맨에게는 출근에 대한 부담도 덜하고 좋은 시간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찜찜하다. 유리에 붙인 전공과목을 보니 이건 백화점식 진료과목이다. 전공 안하는 과목이 없을 정도다. 내과에서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이 밖에도 너댓개를 더 본 것 같다. 요리 잘 하는 집이 분식지처럼 메뉴 많은 거 봤나..그냥 그집하면 그 요리인게지..

 별 기대없이 의사와 대면했다. 음. 말수적은 의사다. 난 의사는 태생이 과묵한 사람이더라도 환자에게 나름 소상히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환자들이 몰릴 시간이라면 양해를 하겠지만 첫 환자가 기침이 그리 난다는데 원인은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이런 걸 조심하라고 한다든지 그런 접근은 일체 없고 "지켜봅시다."로 끝나고 말았다. 주사 한대 맞고 코 소독 조금하고..

 약국에서는 의사가 써준 처방전에 웃음만 났다. 약사에게 대놓고 말했다. 지금 1일차 약을 지워 준 거냐고. 이런 건 처음 본다. 바쁜 사람이 어떻게 매일 병원을 다니겠는가. 이틀치 약을 지워주면 어디 덧나나..첫 만남이 썩 내 맘에 들지 않는다.

 내일은 병원을 가지 않고 곧장 사무실로 출근하련다. 정작 가장 중요한 치료약은 의사의 처방도 있겠지만 의사에 대한 환자의 믿음, 믿음에 응하는 친절한 의사의 응대, 마음으로의 치료가 아닐런지..

 그런 관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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