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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신 파블로프의 개

슬프지만 엉뚱한 상상 하나
과학을 곁들인 비극의 결말
나는 <신 파블로프의 개>라고 이름 짓겠다.

점심 때 초대를 받고 봉사회장이 사는 전원주택에 갔다.
앞마당에다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웠고,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 식사를 했다.
돼지고기가 석쇠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광경..맛있는 식사를 한 뒤 나는 엉뚱한 생각에 접어들었다.

이 집에는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두 마리 다 목줄이 감겨 있고 한 놈은 철창 속에 갇혀 있다. 왜일까? 나도 모른다. 채 3미터도 안 떨어진 거리에서 고기를 굽고 있다. 고기 익는 연기는 한낮에 하늘로 피어 오르고, 냄새는 허기진 나를 미치게 된다. 옆에 묶여 있던 개도 나 같을까? 그 놈도 고기맛을 알까?
녀석도 배 고팠다면 먹고 싶었다면 파블로프의 개 마냥 침이 흘렀을 테지..

이런 실험을 한다고 치자.

오늘처럼 매번 마당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굽는다. 남는 고기는 개에게 준다. 녀석은 정말 환장한 듯 먹는다. 여러차례 하다보니 개는 불을 피울 때마다 자연스레 침을 흘리며 반긴다.

이날은 사뭇 다르다. 주인의 얼굴이 비장하다. 오늘도 주인이 불을 피운다. 오늘따라 개는 왜 이리 침이 나는 걸까? 며칠간 제대로 못 먹었는데 오늘은 포식을 할 것만 같다. 불기운이 드럼통을 뜨겁게 달궜을 무렵, 철창의 문이 열린다. 아! 오늘은 행복한 날이구나. 자유롭게 먹여 주다니! 그런데, 이럴수가! 오늘은 나의 제삿날. 나를 굽기 위해 피운 불이었다. 슬프도다. 불위에 올려져 의식이 흐릿해지는 와중에도 나의 침은 마르지를 않는구나.

환경에 길들여지면 이렇듯 끝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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