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회갑이 있던 주에 나는 본의 아니게 해외출장을 가게 되었다. 입사한 지 얼마되지 않는 신참내기 나에게 해외출장이라는 천금같은 기회가 왔다. 출장을 가게 되면 회갑에는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직장생활하면서 언제 기회가 또 있겠냐면서, 첫 기회를 얻은 나를 대견해 하시며 잘 다녀오라고 말하셨다. 나는 출장을 떠났고, 나를 제외한 모든 식구(그래봐야 네 명)와 가까운 인척이 모여 식사를 겸한 조촐한 잔치를 가졌다. 무사히 나는 돌아왔지만, 마음 한 켠에는 죄송한 마음이 남았다.
그래서 어머니의 회갑이 돌아오면 못다한 마음까지 더해 두분께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 드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아버지 회갑 때 기억도 있어서 두 분에게 해외여행을 다녀오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가정형편도 넉넉치 못했고, 아버지가 하는 일도 주중 주말 없이 불규칙한 일이라서 함께 여행도 자주 다녀보지 못한 두 분이었다. 어머니는 해외여행에 선뜻 오케이를 하셨지만, 아버지는 반대하셨다. 특별히 반대할 만한 이유다운 이유는 없었다. 자식들 부담될까봐서 그러셨는지 엉뚱한 이유만 둘러대고 안 간다고만 계속 고집을 부리셨다. 대신 가족끼리 여행을 갔지만 어머니의 꿈은 날아가 버렸다.
한달전 쯤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친구모임에서 매달 얼마씩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가기로 작년부터 준비했는데, 다른 멤버 남편 두 명이 부인따라 가겠다고 나서서 니 아버지는 어떻해야 하냐는 내용이었다. 남겨두고 떠나자니 혼자서 식사도 제대로 못할 아버지가 마음에 걸리고, 예상치 않은 여행비용도 걱정된 것이다. 오히려 잘 됐다 싶었다. 일단 여권부터 만들고 준비하라고 말씀드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아버지도 함께 동행하시기로 했다.
그렇게 내 부모님의 첫 해외여행이 곡절 끝에 성사되었다. 3박 4일의 짧은 북경관광이지만, 이제 두분은 며칠후면 떠난다. 해외를 처음 가 보는 두 분의 마음은 얼마나 설레고 떨릴까. 잊을 수 없는 두 분만의 좋은 추억, 5월의 선물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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