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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대복순대

 외식은 이제 일상이다. 하루에 한 끼 내지 두 끼를 매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주말에도 적어도 한 끼는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다. 돈을 들이는 만큼 편리하고 색다른 입맛을 돋굴 수 있다.

 그렇게 다닌 식당 가운데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한 식당이 어딜까 생각해 본다. 여러 곳이 있겠지만, 내 기억 속 일등은 충북대 후문에 위치한 대복식당이다. 대학 4학년으로 복학하면서 나는 이 식당 앞 골목에 방을 구했다. 취업반에 들어선 나는 학교와 집을 주로 오갔고, 밥도 학교식당 아니면 대복순대에서 해결했다.

 대복순대는 충북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순대국밥 집이다. 노부부가 운영을 하셨는데, 언제부터 이 자리에서 장사를 하셨는지 알 수 없지만 싸고 푸짐한 음식에 인심까지 후해서 좋았다. 순대국밥의 장점이 사람이 여럿이든 혼자든 개의치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점인데, 나도 편안한 차림으로 많게는 일주일에 사나흘은 기본으로 갔고 점심에도 가고 저녁에도 또 가고 그랬다.

 졸업을 하면서 나는 그 골목을 떠났고, 대복순대도 멀어졌다. 종종 주인 어르신과 대화를 나눠서 그런지 가끔 순대국 생각이 나 먹으러 가면 내 안부를 묻곤 했다. 어디 취직이나 했는지, 결혼을 했는지 물어보시곤 했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았는데 여러번 가 보면서 아주머니가 총기가 전보다 흐려지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했던 질문을 반복하셨으니 말이다. 시간이 흘러도 얼굴은 기억하는데 그 외에 것은 잘 기억하지 못하셨다. 내 외모도 풋풋한 학생에서 변했을 테니까.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갈 수 있어 좋았다. 내 젊은 날의 초상을 다시금 떠올리며, 감상에 젖어 순대국을 먹으며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이기에 좋았다.

 그런데 얼마전 아내에게서 대복순대가 문을 닫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대복순대 앞에 갈 일이 있어 차를 대고 살펴보니 간판은 그대로인데 식당은 불이 꺼졌다. 불꺼진 식당을 보니 왠지 실감이 갔다. 많은 학생들에게 추억을 줬던 곳. 그곳이 사라지니 괜실히 마음이 침울했다. 어르신들은 뭐 하시려나. 그래도 어딘가에서 건강히 지내시면 좋겠구나.

 앞으로도 나는 밥을 사 먹고, 외식을 하겠지. 그저 밥을 먹는 곳만이 아니라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식당이 또 나타날까? 설령 생긴다고 하더라도 내 젊은 날의 강렬한 만남..대복순대만은 못하리라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