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서점에서 김두식 교수의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앞부분을 읽는 데 매우 재밌었다. 그 날은 서둘러 서점을 나와야 해서 나중에 책을 사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쇠뿔도 단김에 빼야지 미뤄둔 일은 성사되는 법이 없다. 결국 책은 사지 못했지만, 저자의 이름만은 내 기억속에 남았다.
다른 책이지만, 오늘 드디어 김두식 교수가 쓴 최신작 <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 창비>를 읽었다. 이 책은 김두식 교수의 자기 욕망 고백기다. 규범 안에서 모범생으로 평생을 살아온 저자가 한번도 드러내 놓지 못한 욕망을 솔직하게 풀었다.
저 역시 욕망의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통제하는 문화 속에서 평생을 보냈습니다. 욕망을 잘 통제하는 사람만이 성공적인 학교, 직장, 가정, 종교 생활을 영위하는 게 우리 사회입니다. 성공의 사다리를 오른다는 것은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깊숙한 방에 자신의 욕망을 감추어두고 반복하여 자물쇠를 채워나가는 과정입니다. 하도 많은 자물쇠를 채우다보니 어느 순간 그 방의 존재 자체를 아예 잊어버립니다. 그러나 자물쇠로 채워놓은 욕망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어서 언젠가는 반드시 치명적 역습에 나섭니다. p5에서
분명 이건 개인의 고백인데 읽다보니 마치 내 상황과도 비슷하다. 나 또한 <색과 계의 갈림길>에서 계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계의 삶도 행복하지만, 직업윤리에 매여 가족관계에 매여 기타 여러 갖가지 이유에 묶여 행동거지를 조심하려 노력하며, 내 욕망을 현실상황이라는 틀 안에 끼워 맞춘다. 때론 본능이 치솟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욕망이 넘치지만 내 안에서만 소용돌이치고, 세상 밖으로 꺼내지 못하였다. 고로 난 욕망을 누리고 부정하며 살았다.
저자는 말한다. "욕망을 인정하면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용기가 생깁니다.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과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나도 이제는 내 욕망을 찬찬히 들여다 봐야 겠다. 적어도 김두식 교수의 책을 봐야 겠다는 욕망 하나는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