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늘 지쳐있다. 해도 해도 줄지 않는 일 때문에, 인간관계를 위해 가져야 하는 만남의 자리와 술 때문에, 복잡한 가정사 때문에 사람들은 온갖 스트레스와 피로를 달고 산다. 눈가에는 다크서클이 깊게 자리하고, 피부는 푸석하고, 운동부족으로 몸은 D자 체형으로 변하고, 건강상태는 종합병원 신세를 져야 할 수준이다.
현대인은 참 불쌍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더더욱 불쌍하다. 2012년에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속한 나라 가운데 한국은 가장 노동을 많이 하는 국가로 나왔다고 한다. 자살율은 세계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민행복지수도 그닥 좋지 않다는 결과다.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참담할 따름이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 <피로사회 / 문학과지성사>에서 21세기는 규율사회에서 성과사회로 변했다고 진단한다. 성과사회는 불가능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다. 끊임없이 새로워야 하고, 경쟁해야 하고, 개발해야 한다. 이 사회의 패러다임은 '성과의 패러다임'내지 '할 수 있음'의 긍정도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성과주체는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자기 착취를 마다하지 않는다. 과다한 노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왜? 그놈의 성과 때문에. 자본시장도 몇년마다 출렁거리는데, 우리의 성과는 언제나 우상향을 목표로 한다. 이런 성과사회가 만들어낸 주요 질병이 소진증후군과 우울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소진은 점점 줄어들어 다 없어진다는 뜻이다. 기계도 계속 돌리다보면 마모가 되는데,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일과 피로 속에서 사람이 이제껏 생산활동을 해 오다가 더이상 창의적인 두뇌할동의 한계지점에 다다르고 피로가 극단으로 다다르면 어찌 되는가. 뒤에 오는 젊고 빠리빠리한 후배에게 밀려나고 조직에서는 도태되겠지. 피로가 극단으로 치달을 정도가 되면 이성과 인성의 파괴수준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단계에 가 있지 않겠는가.
이 책은 이러한 성과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건강하고 행복할 지 해법까지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미 많은 문제점을 분석하고 내놓음으로써 사회적 반향을 줬다고 본다. 갈수록 나를 찾기 힘든 세상. 어떻하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이제 성과사회 문제에 자신을 대입시켜 고민해 봐야 할 때다. 그리고 물어봐야 할 것이다. "당신은 과연 행복한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