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을 잠깐 공부했다. 그때 나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영어권 국가에서 수 십년을 살고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라도 우리 말을 제대로 모른다면 훌륭한 번역을 할 수 없다고. 이를테면 영어실력이 100점이고 우리 말 실력이 50점이면, 번역서는 50점 밖에 될 수 없다는 말.
이때부터 우리 말 관련 책을 사서 혼자서 짬짬이 공부했다. 나쁜 언어습관을 고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오덕 선생님이 쓴 책도 보고, 이수열 선생님이 쓴 책도 보고, 남영신 선생님이 쓴 책도 보고 그랬다.
모두 다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그 중 이수열 선생님 책이 가장 중독성이 강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모든 활자가 삐뚤어져 보였고, 이건 틀린 표현이라는 둥 한동안 지적질을 하고 다녔으니깐.
최종규 님 책을 알게 된 지는 2년 정도 되었다. 아내와 함께 민사랑서점에 갔다가, 아는 사람이 아내에게 한 번 보라고 추천해줘서 사게 된 <생각하는 글쓰기 : 내 마음을 살리는 말 한마디>를 내가 집에서 먼저 봤다. 그뒤 인터넷을 검색해 블로그도 알게 되었다. 지금도 내 블로그에 즐겨찾기를 해 두고 읽고 있다. 날마다 쉬지 않고 책과 자신의 일상, 올바른 우리 말과 바른 글쓰기에 대한 글을 올리는 열정이 대단하다. 내가 블로그를 해 보니깐 빼놓지 않고 글을 올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한다.
<생각하는 글쓰기>에 이어 나온 <사랑하는 글쓰기 : 잘못 쓰는 겹말 이야기>를 사서 읽었고, 이번에 나온 <뿌리 깊은 글쓰기 : 우리 말로 끌어안은 영어>도 사서 읽었다.
이번 책은 우리 안에 자리잡은 영어의 문제를 지적한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쓰는 영어가 우리 말이 설 자리를 뺏는다. 한미 FTA가 서민의 삶을 파괴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영어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한다. 주민센터, 굿타이밍, 나이브하다, 로망, 리라이팅, 시티투어, 알레르기, 커밍아웃, 트라우마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미 굳어진 말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 말로 다듬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바꿔 보는 노력이라도 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름다운 우리 말을 바르게 말하는 입이 아름다운 입이고, 바르게 쓰는 손이 아름다운 손이고, 바르게 생각하는 마음이 아름다운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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