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풀리는 날이 있다. 거창 출장이 그랬다.
거창은 대중교통이 불편한 곳이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승용차를 가지고 갔다.
역시 차로 이동하니 편하긴 했다. 대기시간이 없으니 좋았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해 차를 주차한 뒤 업무를 봤다.
오전 10시 쯤 되었나 전화 한 통을 받았다.모르는 번호였다. 받아보니 차를 빼달라는 전화였다. 가보니 도로변에 다른 차들이 주차를 해 놔서 아주머니가 차를 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옆자리에 주차한 내 차를 빼달라는 거였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해 주려고 차를 보다보니 이 아주머니가 사고를 친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차를 빼려고 시도하다가 내 차를 긁어놓은 거였다. 헛웃음만 났다. 설명을 해 줬다.
그제야 자기 차 뒷면에 긁힌 자국을 보고 협조 요청모드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사과모드로 바뀌었다.
나의 처분만을 기다리는 조마조마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나도 머리가 멍했다.
그냥 아주머니에게 5만원을 요구했다. 새 차나 다름없는데 시세도 안 알아보고 불러버렸다. 아주머니는 땡잡았다는 표정으로 일순간의 주저도 없이 5만원을 나에게 건넸다. 그리고 쌩하니 갔다.
그런데
점심먹고 돌아와보니 내 차의 왼쪽면이 작살나 있었다. 나는 분명 그 자리인데, 아까는 오른쪽에서 긁더니, 이번은 왼쪽편에서 긁고 튄 것이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 정도면 분명 운전하면서 느꼈을텐데, 모르쇠로 뺑소니를 치다니. 이 사람도 참 양심없는 사람이다고 생각했다. 바로 옆 건물이 경찰서라서 신고를 했다. 경찰조사계에서 사진을 찍었고, 함께 CCTV를 점검했다. 다행히 CCTV에서 가해자로 보이는 차량을 확인했다. 정말 일 저지르고 내빼는 차량같이 허둥대며 달아났다.
차량번호를 확인하고 돌아간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다. 가해자와 통화가 됐다고. 물피 건은 뺑소니 처리가 어렵다며, 보험처리하라고 했다. 그러겠노라고 했다. 가해자가 참 괴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로 사과를 받았다. 정신이 없었고, 본인도 못 느꼈다고 한다. 거짓말. 처음에는 만날 듯 하더니, 보험에서 뭐라고 했는지 통화 이후에 만날 생각은 없나보다. 요즘 보험이 자리잡으니, 다들 접수 후에 돈으로 해결하려든다. 보험 뒤로 빠진다. 멀리 출장와서 내가 수고해 뺑소니 차량 찾아내고, 내 차는 또 시간들여 고쳐야 하고. 2년된 내 차는 여기저기 수리의 흔적으로 중고차가 되어버린 셈이다.
가해자에게도 보험에게도 사고부위를 다 고치겠다고 언질했다. 양심이 있다면 자기들도 뭐라고 못하겠지.
이렇게 나는 불과 하루 중 3시간만에 2번의 주차사고를 겪었다. 피해자로서.
들어보니 거창은 인구대비 차가 많은 도시라고 한다. 주의깊게 보니, 지나는 차들 중 성하지 않은 차가 많이 눈에 띈다.
올해들어 이 차에 사고가 잦다. 모두 받힌 것이지만 사고는 이제 없었으면 좋겠다. 나도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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