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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거북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 마이클 샌델 /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를 처음 접한 건 두달 전 사무실에서였다. 직장선배가 퇴근할 때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저도 좀 보여주세요."라고 말하고 선배에게 책을 건네받아 표지를 표는 순간 반가운 이름이 눈에 쏙 들어왔다. 마이클 샌델 교수? 아니다. 번역가 안기순 선생님이었다.

 

안기순 선생님은 2년 전 내가 서울에 있는 번역아카데미에서 공부할 때 만난 초급반 선생님이셨다. 매주 토요일 청주에서 서울을 오가며 4개월 동안 수업을 들었다. 번역의 기초를 알차게 가르쳐주셔서 좋은 선생님에게 배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안기순 번역가님 이름을 발견하고서 직장선배에게 이분에게 번역을 잠깐 배웠다고 자랑도 하고, 오랜만에 메일로 안부인사도 했다. 그리고 책도 사서 읽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책은 항상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전작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을 때 (어려워서 다 읽지는 못했다) '원칙의 중요성'을 떠올렸다. 세상 문제는 다양한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이때 원칙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정의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책에서도 철학적인 문제제기는 계속됐다. 책은 새치기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날 먼저 와 닿는 차례로 일을 처리하는 '선착순' 개념이 금전지불능력에 따라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웃돈을 쓰면 놀이공원의 놀이기구든 공항 보안검색대든 고속도로 카풀차로든 병원진료든 공연관람이든 빨리 이용할 수 있다. 

 

비시장적 가치마저 거래대상이 된 사례는 많다. 마약중독을 줄이기 위한 불임시술 현금보상, 인센티브의 부정적 효과, 생명을 담보로 한 투자문제, 공공시설에까지 파고든 명명권의 거래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거의 없음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금전만능주의가 판치면서 돈의 위력앞에 순수성과 선한 가치가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 무척이나 안타깝다. 이러한 사례들은 비단 미국과 몇몇 국가만의 사례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진행되고 있으며, 진행되지 않았다하더라도 자본을 맹종하는 우리에게 곧 돌아올 현실이다.

 

한번 망가지면 다시 회복하기 힘든 세상. 시장만능의 질주를 이제라도 멈춰야 한다.

그럴려면 난 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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