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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동백섬 지심도를 걷다

할머니가 보고 싶어 아침 일찍 고속도로를 달렸다. 오후 2시, 거제 장승포에 도착할 무렵 할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안 받으신다. 무더위에 어딜 가신걸까. 할머니가 안 계신데 무작정 집으로 가기도 애매했다. 그래서 장승포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구조라로 갈까 몽돌로 갈까 하다가 시간 맞으면 가까운 섬이나 한번 가봐야 겠다 싶었다. 외도는 여러번 가 봤으니깐 제외. 여객터미널은 모든 문이 잠겨 있었다. 그런데 지심도 여객터미널이 눈에 들어왔다. 아내와 함께 배에 올랐다.

 

 

여객터미널 담벼락

 

 

 

지심도는 거제시 일운면에 있는 거제 8경 중 하나의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생긴 마음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다고 하여 지심도라고 불린다. 남해안 섬들 중 어느 곳보다 동백나무가 많아서 '동백섬'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섬이다.

 

배로는 20분이 걸렸다. 선착장에는 이 배를 타고 나갈 관광객이 줄지어 있었다. 배에서 내려 섬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계속 오르막을 올라야 했다. 다른 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걸었겠지만, 폭염경보가 내린 7월의 무더위 속에서 걷는 일은 고역이었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우리는 먼저 해안절벽인 마끝에 갔다.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풍광이 끝내준다. 마끝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섬의 반대쪽을 보기 위해 걸었다. 땀이 비오듯 했다. 그래도 숲속은 동백나무 그늘이 져서 시원하고 때론 어두컴컴하기까지 했다. 12월에서 4월까지 동백꽃이 필 때 오면 정말 아름다울 듯 하다.

 

 

해안절벽

 

 

동백나무 터널

 

 

지심도 자가용

 

 

 

지나다 보니 일제 시대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보게 되었다. 구 일본군 서치라이트 보관소랑 방향지시석 등. 서치라이트 보관소 외곽으로는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 오른 편으로 들어가 뒤를 돌아 왼편으로 나오면 처음 들어간 자리로 나오게 되어 있다. 들어가니 완전 어둡다. 나는 그냥저냥 돌아 나왔는데, 뒤에 따라 들어간 여학생 둘은 안에서 개구리를 보고 비명을 질러대는데 소리가 울려 메아리처럼 들린다. 엄청 웃었다. 

 

서치라이트 보관소

 

 

 

해안선 전망대를 지나 섬의 반대편 끝인 <그대 발길 돌리는 곳>에서 사진 몇 컷을 찍고 뱃시간에 맞춰 돌아왔다.

 

그대발길 돌리는 곳

 

 

 

 

길 찾느라 애를 먹었지만 당일치기로 와도 좋고 하룻밤 묵으면서 봐도 좋을 섬 지심도. 알고보니 지난 2009년 6월에 1박 2일 촬영도 했던 섬이란다. 

 

거제도에 여러번 왔지만 지심도는 처음이었다. 안 다녀본 곳을 경험해서 더욱 좋았다. 동백과 풍광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섬. 색다른 맛을 주는 지심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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