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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미친 산행

태양이 미친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낸
폭염속 오늘.
나 또한 왠 바람이 들어 미친 강인한 존재감을 다시금 느껴보고자
산행을 결심했다.
찜통같은 콘크리트 공간에서 쪄 지치느니
건강한 구슬땀을 흘리며 더위와 맛서보고자 했던 나의 치기는
절반은 성공했고 절반은 패배했다.

익숙한 공간은 가라..
늘 나서던 산행길은 안중에서 제외하고
오늘은 왠지 얼마전부터 끌렸던 증평 좌구산을 갔다.

휴양림이 개발되고, 사람들을 맞이하면서
이 곳은 변두리의 촌티(?)를 벗고 관광지같이 변모했다.
거북이 두 마리가 양쪽에 기둥을 받치고 커다란 현판에 좌구산을 알리는 글귀에서
큰 가람의 일주문을 넘는 듯한 색다른 묘미가 들었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산행은 시작되었다.
휴양림에 들어서 오르막을 내내 오르고가니 산의 정상지점에 이르렀다.
천문대를 짓고 있는 공사장 옆에 차를 주차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준비하고자 신발끈을 단단히 묶었다.

음..참 더웠다.
가만히 있어도 굵은 땀방울이 온 몸 구석에서 샘솟듯 솟아 흐르는 그런 징그러운 날씨..
그렇다보니 오늘의 산행의 장애는 
열도 많고 땀도 많은 나에겐 처음 가는 산행에 대한 두려움과 무더위였다. 

인적이 드물어도 이정도 일 줄이야..
제1휴게지점에 도착할 때까지 고작 1명을 만났다.
도전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니 염려도 된다..
이렇게 무더운 날 산에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냥 끝나겠구나..
차는 입구 앞에 세워두웠으니 나의 행적은 추적할 수 있겠지 하는 몹쓸 걱정들이
내 안에서 스멀스멀 똬리를 뜰다가
아니야 뭔 생각을 하는건지 하면서 지우기도 했다..

코스가 완만하다가도 군데군데 경사로를 만났다.
한동안 산행에 빠져 주말마다 산을 찾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참 체력도 좋았다.
그런데 이처럼 오랜만에 완만하지 않은 산행을 해 보니
체력이 부족함을 여실히 느끼게 되고
이래서 준비가 필요하구나 절감했다..

한번 솟기 시작한 땀은 멈출줄 몰랐다..
제2휴게지점에서 한번, 꼴딱고개를 오르고 다시 한번 쉬고 정상에 올랐다.
해발 683미터.
오르긴 증평으로 올랐으나 정상은 청원군 미원면이었다.
다행히 정상에는 3명의 등산객들이 일찍 자리를 잡고 식사중이었다.
산에서의 인심은 어찌나 구수한지
먹는 중에도 후발로 도착한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가져온 김밥과 술을 건네는 인심을 잊지 않았다.

30여분을 쉬고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땀을 흘리고나니 참 좋았지만, 여름은 그늘에서 더위를 피하자고..
휴양림에서 발에 물 담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