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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시'를 읽다.

인도주의 : 모든 인간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동등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에서, 인류의 공존을 꾀하고, 복지를 실현시키려는 박애적(博愛的) 사상

인도주의를 추구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은 가슴이 말랑말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최근 내 감성이 무뎌지고, 왠만한 일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왜지? 일 때문인가. 바빠서인가.

그래서 '시'를 읽기로 했다.

정호승 시인의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 창비>를 사서 읽고 있다.

 

낮은 곳을 향하여

 

첫눈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하여 내린다.

명동성당 높은 종탑 위에 먼저 내리지 않고

성당 입구 계단 아래 구걸의 낡은 바구니를 놓고 엎드린

걸인의 어깨 위에 먼저 내린다

 

봄눈은 가장 낮은 곳을 향하여 내린다.

설악산 봉정암 진신사리탑 위에 먼저 내리지 않고

사리탑 아래 무릎 꿇고 기도하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의 늙은 두 손 위에 먼저 내린다.

 

강물이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바다가 되듯

나도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가야 인간이 되는데

나의 가장 낮은 곳은 어디인가

가장 낮은 곳에서도 가장 낮아진 당신은 누구인가

 

오늘은 태백을 떠나 멀리 낙동강을 따라 흘러가도

나의 가장 낮은 곳에 다다르지 못하고

가장 낮은 곳에서도 가장 낮아진 당신을 따라가지 못하고

나는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다

 

이 시에서는 특히 파란색 구절이 참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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