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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야 할텐데

나는 더위가 싫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 열이 많고 땀이 많았다.
내 기억은 없으나 부모님은 땀많은 자식을 위해 수시로 땀을 닦아줬으리라 생각한다.
여름철이면 금새 옷이 땀에 젓고, 한 끼 밥을 먹을 때도 마치 운동한 것처럼 땀이 난다. 잠자고 일어나면 등과 맞닿은 침대와 베개가 젖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내 모습이 마치 몸이 허해 기력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름이 다가오는 걸 반기지 않는다. 심지어 사계가 봄, 가을, 겨울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주변에 공공연히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어쩌랴. 환경파괴로 해마다 여름은 길어져만 가는걸..훔..

이런 나를 위해선 가급적 더위를 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앞서 살던 집은 최악이었다. 일호부터 십삼호까지 옆으로 줄지은 복도식 아파트였는데, 여름철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큰 문을 열어두기도 그렇고 열어둔다 치더라도 앞동과 뒷동 간격이 좁아 맞바람도 없는 편이었다. 더욱이 작년은 수십년 동안에 가장 더웠던 한해였고, 청주는 분지지형이라 밤마다 열대야가 2주 가량 이어졌다. 여기에 우리는 셋집을 산다는 이유로 돈을 아낀다는 이유로 에어콘을 놓지 않았다. 그래서 집과 밖을 구분할 필요없이 내내 짐통속에서 여름을 보냈다.

올초 새 집으로 이사를 왔다. 몇달 살아보니 올 여름 지낼만 하겠는 걸 싶다. 우선 집이 시원하다.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시원한 구조랄까.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하면 100점 만점에 100점을 주겠건만, 그렇다고 나쁘지 않다. 층이 높고 양쪽이 다 막혀있지 않아서인지 바람도 잘 불고, 주변환경이 시골이라 열대야도 덜할 것 같다.

나와 더위와의 싸움은 6월에서 8월까지다. 언제나 내 생일이 있는 8월말이면 더위는 수그러들었다. 운동도 하고 있으니 올 여름은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테지..

어쨋든 숨막히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좋겠다. 머리도 몸도 마음도 차분해지는 그 계절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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