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이토록 바닥이 없는 지하로 침잠되어 가는 기분이라니. 읽는 내내 우울했다. 그냥 기분이 가라앉았다. 너무 깊이 빠져 있었나보다. 그렇게 다운된 기분이 회복되지 않아 애먹었다.
이 책은 이상운 소설가가 여든여덟 살이던 해에 병석에 들어 아흔 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1254일 간 모시며 보낸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결코 개인사로 국한될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이 함께 고민해 봐야 할 이슈를 작가가 책에서 풀었다고 본다. 첨단 의학이 인간의 수명만 연장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아파도 편안한 공간인 집에서 아플 수 없고 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야만 하는 것인지, 부모가 아프면 왜 이리 많은 돈이 드는 것인지, 좋은 간병인을 만나기는 왜 이리 어려운 것인지 등등.
훗날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나에게도 온다. 그때를 위해 나는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부모님을 위한 상조에 하나 가입했다고 안도하기에는 앞으로 닥칠 인생은 너무나 파란만장하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은 정해진 약속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죽을 것인가?. 건강하게 살다가 가느냐, 병치레 속에 자신을 비롯해 주변 가족에게도 고통을 안겨주고 떠나느냐의 양 갈래 길에 우리는 설 수 밖에 있다. 단지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작가의 말처럼 희망이 없는 시간은 고통일 뿐이다. 존엄하게 떠날 수 있는 가호가 누구에게나 있기를 바란다. 질병으로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존엄하게 떠날 수 있는 권리가 적어도 나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육체에 이어 정신마저 잃고 자신의 행위를 기억하지 못하는 삶은 살아 있어도 진정 사는 것이 아니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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