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아이가 바로 생길거라 생각했다. 사회생활하는 남자로서 적당한 시기인 30살에 결혼을 하였고, 아내나 나나 건강에도 전혀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새 가족을 맞이할 기쁨은 쉽사리 다가오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난임이었다. 구부득고. 구하고자 하지만 얻지 못하는 고통을 떠올렸다. 이제껏 살면서 쉽게 얻어진 것은 없었지만, 노력하면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며 지내왔었다. 임신으로 완성되는 평범한 일상의 기쁨은 내 몫이 아닌가보다 생각할 즈음, 아내가 임신했다. 9년 6개월 만이다.
많은 사람들이 내 일처럼 잘 되기를 빌어주고, 잘 되었을 때 기뻐해 줬다. 임신소식 만으로도 부모님을 비롯한 동생, 주변 식구들은 행복해 한다. 이제부터는 달콤한 기다림이 아닐까. 나는 그저 고맙다. 기적같은 일이니깐. 이 상태에서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 말고 무엇을 더 바란다는 건 그저 욕심이다.
10달의 기다림 중 4달이 흘렀다. 오늘 아내가 읽고 난 <태교신기>를 읽었다. 조선후기 사주당 이씨가 쓴 태교신기에는 『어진 스승의 십 년 가르침이 어머니 열 달의 가르침만 같지 못하다』는 가르침이 있다. 어머니의 역할이 크지만, 어찌 어머니만의 몫이겠는가. 임신이 아니었다면 접하지 못했을 책이고, 알 지 못했을 가르침이다. 지금으로서는 온 마음담아 내가 할 일을 정성껏 다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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