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돌고돈다. 개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이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어찌보면 과거와 닮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꾸 과거의 역사 속에서 오늘의 답을 찾는지도 모른다. 다들 하는 생각이겠지만, 이 번뜩임이 나에게도 왔다. 그러려면 역사에 해박함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지식이라도 갖춰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했다. 올해는 역사책을 줄곧 보자고 마음먹으면서.
올해 세 번째 붙들은 책이 바로 이 책 <나는 불온한 선비다>이다. 첫 번째로 읽은 책이 이덕일의 <왕과 나>였고, 두번째로 읽은 책이 <역사 e 2>였다. 두 책에서 나는 또 다른 역사책을 알게 되었고, 이미 책을 주문했다. 이 책은 그러한 움직임 중간에서 얻어걸린 책이다.
일단 제목이 맘에 들었다. 불온이란 말은 왠지 섹쉬하게 들린다. 그러니 불온한 선비는 얼마나 사상이 섹쉬한 인간들인지 알고 싶은 호기심이 충만해졌다. 사전적으로 불온은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음을 의미한다. 고로 반골이다.
나는 세상은 반골들의 의지가 더해져 변했다고 생각한다. 마냥 세상이 온당하고 이러한 불온한 선비가 없었다면 세상은 어떠했을까? 노예제와 봉건제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 책은 아홉 선비를 다룬다. 김시습, 서경덕, 박세당, 정제두, 이익, 홍대용, 이벽, 유수원, 최한기 등 조선 중후반 유교질서에 의구심을 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상과 다른 꿈을 꾼 사상가들의 이야기다.
글이 다 흥미롭지는 않다. 하지만 간직하고픈 구절들도 군데군데 있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지 않도록 하여라 (p98, 박세당편)
번거로운 예절을 구태여 지킬 필요가 없다 (p99 박세당편)
실로 인간은 거짓과 참을 얼마든지 필요에 따라 자기 안에서 뽑아내 쓸 수 있는 존재이다. (p131, 정제두편)
병, 가난, 각박한 마음씨, 타인들의 손가락질 등 좋지 않은 일이 없어야 노년은 행복하고 인생이 아름답다
(p132, 정제두편)
어떤 사람이나 대상을 싫어하면서도 그에 속한 좋은 점은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p163, 이익편)
개인적으로는 성호 이익과 광함 이벽의 삶을 관심있게 봤다. 이익은 당시로서는 개혁적인 주장을 했고, 이벽은 자신을 던져 새로운 종교의 밀알이 됐다. 보통 용기와 믿음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행동은 기록으로 후대에 살아있다. 오늘 나의 삶은 후대에 어떻게 기록될까? 장삼이사, 갑남을녀로 역사속에 사라지지 않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모든 게 나의 생각에 달려 있다는 뻔하디뻔한 말에 일말의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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