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동물도 아파하고, 외로워하고, 두려워한다는 점을 그동안 간과해 왔다.
갑자기 예전에 느꼈던 묘한 감정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묵던 집에는 개가 두 마리 있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여름방학을 맞아 아버지 주중 숙소에 머물며 아버지가 근무하던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새벽에 퇴근할 때면 나에게 다가와 꼬리를 흔들던 개가 그날은 나를 피했다. 집주인이 복날을 맞아 두 마리 중 한 마리 개를 팔아버려 남은 한 마리 개가 두려움에 떨었던 것 같다. 그날 밤 나를 쳐다보던 그 개의 불안한 눈빛이 설핏 떠오른다.
오오타 야스스케가 지은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 죽음의 땅 일본 원전사고 20킬로미터 이내의 기록 / 책공장 더불어>을 보니 비슷한 감정이 스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터지고 원전사고가 남에 따라 사람들은 안전을 위해 터전을 떠났다. 하지만 기르던 가축과 키우던 동물을 함께 데려갈 정신은 없었나 보다. 사람이 우선이니깐.
작가는 평소 사진을 찍는 카메라맨으로, 재난현장에 자원봉사자와 함께 들어가 굶주리는 동물을 구조하고 먹이를 주고 사진을 찍었다. 쓰나미로 파괴된 바닷가에서 사람이 다가가니 도망가 버리는 닥스훈트, 전자상가 주차장을 어슬렁거리는 소, 캔을 내밀자 허겁지겁 먹는 고양이 어미와 새끼, 닭에게 먹이를 양보하는 개, 먹고 토하고 또 먹고 토하는 개, 돈사에 갇혀 죽어가는 돼지, 배고파 비닐을 먹는 젖소 등 작가는 그 곳에서 만난 여러 동물을 렌즈에 담았다.
동물을 키우지 않는 나이지만 이 책을 보니 얼마나 우리가 인간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지를 반성하게 된다. 한때는 인간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가족이었고, 배고픔을 덜어주는 소중한 가축이었는데 어려운 상황이 닥친다고 이렇게 외면할 수 있는건가.
지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 같은 식구다.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겠음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느꼈다. 동물을 키우지 않지만 동물을 쉽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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