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금새 지나간다. 할 일이 산더미지만 이런 때일수록 쉬어감이 맞다.
새 집으로 이사하고 부모님과 외할아버지가 처음으로 집을 찾았다. 널찍한 공간에 깨끗한 실내가 아버지는 이전 집과 비교해 좋다고 하셨다. 나는 혹시나 집에 들어왔을 때 춥지나 않을까 보일러 온도를 평소보다 더 높여 두었다. 집은 다행히 따뜻했다. 푸근해진 봄날씨도 한몫했다. 안성으로 떠나기 전에 가까운 오송을 보여드리고 싶어 그 주변을 차로 돌았다. 발전하는 신도시의 모습에 부모님은 와 보길 잘했다며 감탄하셨다. 아쉽게도 부모님이 좋아하는 추어탕을 꼭 사드리고 싶었는데 집 근처 추어탕집이 문을 닫아 닭백숙집으로 갔다. 부드러운 음식이라 먹기 편하여 어른들이 좋아하셨다.
여기까지는 주저리주저리 일상생활 이야기고
이제부터는 우리 말 우리 글 이야기를 적겠다.
작년에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서울을 주말마다 다니면서 여러 공부를 했다.
훌륭한 영어번역가가 되기 위해서 나는 갈 길이 멀다는 점을 깨달았다.
여러 공부 중 영어를 해석하는 능력, 우리 말을 제대로 쓰는 능력을 갖춰야 겠다고 생각했다.
중급반까지 수료하고 이제는 혼자서 공부를 해야 한다.
영어를 먼저 공부해야 맞는데, 습관적으로 우리 말 책을 먼저 집어 보게 된다.
이는 고쳐가면 되고, 우리 말 책을 보다보니 자연스레 우리 말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신문 활자에서도, TV 자막에서도, 심지어 사무실 접수공문에서 틀린 말이 눈에 띈다.
최근 나는 이수열 선생님이 지은 '우리글 갈고 닦기'를 꼼꼼히 읽는 중이다.
우리 말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고 있지만 실제 도움면에서 이 책이 단연 으뜸이다.
중독이랄까!
이수열 선생님은 신문에 실린 원고에서 틀리게 쓴 부분을 빨간펜으로 고쳐 다시 쓴 이에게 돌려 보내 유명해진 우리말 지킴이다. 교수, 학자, 단체장, CEO 등 빨간펜 편지를 받은 이가 수두룩하다. 심지어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우리 말글 학자 글도 고쳐 보낸 일화는 아직도 유명하다.
이 분이 쓴 '우리 글 갈고 닦기'는 바른번역 고급반 수업의 우리말 교재 중 하나다. 미리 공부해두려고 왼손에는 책을, 오른손에는 연필을 쥐고 한 번에 책을 끝내지는 못하겠지만 읽을 수 있는만큼 공부했다. 이 책 한 권을 읽고 내 우리 말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나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여전히 배운 내용보다 배울 내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알게 된 점은 이 책을 읽기 전과 비해 조금 나아졌다는 생각과 이 책을 통해 주변을 의심하며 보고 있다는 점이다.
분명 우리 말은 아름다운 말이다. 그리고 쓰는 법이 분명한 말이다. 하지만 일어투와 영어투가 우리 말을 훼손시켜 일상어를 요상스런 꼴로 바꿔 놓았다.
나라도 달라지자. 말이 고와야 사람이 곱고 말이 발라야 생각도 바르다.
이런 점을 일깨워 준 우리 글 갈고 닦기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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