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신을 믿지 않지만
가끔은 필연같은 우연에 신기한 적이 많다.
지금은 아니지만
재원조성(펀드레이징) 업무를 할 때 일이다.
모금이 시작하면 매일매일 후원액이 들어오는데
어떤 날은 뭉칫돈이 들어와 이 날이 무슨 길일인가 싶은 날이 종종 있었다.
그런 일을 겪을 때마다
혹시 무슨 기운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지난 금요일, 나에게는 수난의 연속이었다.
몇가지 일이 연이어 안 좋은 방향으로 겹치는 데 지금으로선 웃음만 날뿐이다.
그날 아침 나는 핸드폰 전지가 부족해서 충전기까지 가방에 챙겼었다.
핸드폰을 가지고 왔다고 철떡같이 믿고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다가 출장을 가려는데,
뒤늦게 난 책상위에 있어야 할 핸드폰이 제자리에 없는 걸 발견했다.
먼저 사무실 어딘가에 있을거라 믿고 유선전화로 전화를 걸었지만 울림이 없었다.
그럼 차에 있을까? 차에 가 보았지만 없기는 마찬가지.
다른 부서에다 놓고 오진 않았을까 사무실을 한바퀴 돌았지만 없었다.
마지막 희망으로 출장가는 길에 집에 잠시 들러 목욕탕 옆 가스렌지 위에 올려져 있는 핸드폰을 찾았다.
다시 차로 돌아와 초정으로 향하던 중
사무실 차량에 기름이 완전 바닥난 걸 알았다.
불이 연속으로 깜빡거리는데, 일행을 뒤쫓아가야 할 상황이라 마음은 조급한데
기름은 바닥이고 이럴때는 주유소마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사무실은 SK주유소만 이용할 수 있었기에 나의 인내는 닳아져만 갔다.
간신히 주유소를 찾고 기름을 충전했지만 이것이 두번째 암초였다.
초정에 도착해 일행과 합류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오리백숙을 먹는데, 밖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더니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는데, 번개가 건물을 내리쳤다.
밥 먹다가 번개맞았다..
전기가 나가고, 텔레비젼은 꺼져 버렸다. 등골이 오싹했다.
이때부터 마음속에서 오늘 왠지 불길하다는 기분이 솟기 시작했다..
증평에 도착해서도 이러면 안 되는데 맘에선 걱정이 앞섰다.
봉사회 결성식을 하기 위해 행사장으로 도착했는데 참으로 암담했다.
오전부터 행사장에서 준비하겠다는 회장님께선 어디로 가셨나 온데간데 없고
우선 장소가 협소했고, 행사장 정돈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았고, 에어콘은 소형이라
실내는 너무 더웠다. 행사중에는 사람들이 내뿜은 열기로 아마 쩌죽으리라..
이미 나는 땀에 젖었다..
1시 30분에 오기로 했다던 봉사원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쯤 오셔야 노래도 가르쳐드리고 예행연습도 해 볼텐데.
행사시작 10분전에야 신규 봉사원들이 들어오고
내빈과 외빈이 온 이후에 도착한 이들도 있었다.
행사는 예정보다 다소 늦게 시작되었고, 진행도 불안했고
무엇보다 참석자 모두 찜통속에서 땀으로 옷이 흥건해졌다.
행사를 마치고 교육을 해야 하는데
그나마 있던 봉사원 마저 손주를 보러 가야 해서, 시숙이 중병에 걸려 입원해서
온갖 이유를 대고 교육장을 떠나갔다...
교육을 강행해야 하나, 취소해야 하나 고민이 되던 참이었다..
적은 인원이지만 오늘이 아니고서야 언제 또 할 수 있을까
진행을 하였고 4시간 짜리 교육을 2시간에 마무리하고서야 하루를 마감했다.
참으로 복잡다단하고 고통스런 날이었다.
생각해보면 햇볕이 쨍쨍나는 날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처럼 힘든 날도 있잖는가...
그냥 탈없이 넘어갔다고 치자..
운수좋은 날이었다고 생각하자..
내 맘만 잘하려 해도 모든 게 잘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바닥을 한 번 경험한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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