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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일어서라! 간절히 기다린다.

맘이 좋지 않다.
내가 화초를 죽였다.

퇴근길 차량 라디오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겨울철 화초가 잘 죽는 이유는
물을 너무 안 주어서가 아니라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 입니다.
그러므로 화초가 물이 많이 필요한 화초인지, 물을 적게 주어도 괜찮은 화초인지
먼저 살펴야 한다는 요지의 말이었다.

일요일 나는 화단에서 고개를 푹 숙인 화초를 발견했다.
고개를 내리는 화초를 한 두번 본 바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전보다 상황이 극도로 심각했다.

보는 즉시 죽었구나 싶었다.
물을 주면 살지 않을까 하는 행여나 하는 마음에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부어 줬지만
하루가 지나서도 고개는 여전히 그대로, 줄기는 일어설 힘을 잃었다.

그렇다. 내가 화초를 죽였다.
그래서 마음이 천근만근 참 무겁다.

애시당초 집안에 화초를 들이지 않았더라면
이런 고통도 없었을 텐데

잠시나마 이름모를 꽃잎에 정을 줬더니
이토록 마음이 쓰리고 또 아리다.

아! 정녕 믿기지 않는구나.
내일은 일어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