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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조난연 봉사원을 기억하며

그와의 만남은 많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 기억속에 생생할 만큼 강렬했다.
그래서 나는 오래도록 기억한다.

2년전 즈음이던가..
기사가 되겠다 싶어 미평중고등학교를 청주부녀봉사회 주부봉사원들과 함께 방문했다.
미평중고는 미성년 범죄자들의 교정교육을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소년원이라는 곳이었다.

그날은 참으로 특별한 날이었다.
살면서 교도소 담장안으로 들어갈 일이란 게 어디 있을까만은 난 처음으로 교도소엘 갔었고, 또한 이날은 이 교도소가 대전에 있는 교도소와 통합이 되면서 청주부녀봉 사회가 마지막 봉사활동을 하는 이별식의 날이었다.

청주부녀봉사회는 매월 한 차례씩 음식을 조리해 미평교도소를 방문했었다.
교도소에서 맛보기 힘든 고기와 과일을 봉사원들은 정성스레 만들었고 어머니의 사랑으로 아이들을 찾았다.

그렇게 흐른 세월이 30여년..
봉사원들도 교도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봉사원들은 어느새 흰 머리가 검은 머리를 추월하는 세월을 살고 있었으며
수백명의 원생들이 우글대던 교도소는 이제 존폐를 논할 정도로 원생수가 줄어들었다.
젊은 총각 선생님은 50대 후반의 교장선생님이 되어 있었다.

조난연 봉사원은 옛 시절을 회상하면서
자신의 인사에서 눈물과 목메임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그 날은 끝이 났다.

봉사를 위해, 교도소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기 때문일까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해 암으로 작고하셨다는 비고를 들었다.

그리고 49재를 하루 앞둔 오늘
故 조난연봉사원에게 수여된 표창을 남편 박선생님이 대리 수상했다.

검은 선그라스의 맥아더장군은 퇴임연설에서 이토록 멋진 말을 남긴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Old soldier never die. They just fade away)

생은 끝이 났지만
아름다운 봉사의 삶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가슴속에 오래오래 남으리라 생각한다. 

고인 영면하소서!


(청주=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32년간 적십자 봉사원으로 활동하다 숨진 아내를 기리기 위해 70대 남성이 적십자사에 성금을 기부했다.

20일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에 따르면 박성균(74)씨는 아내의 49재를 하루 앞둔 이날 오후 청주시 휴암동 충북지사를 찾아 특별회비 20만원을 전달했다.

지난달 3일 암으로 숨진 박씨의 아내 故 조난연(72)씨는 1977년 8월 청주 부녀적십자봉사원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래 올해 9월까지 1만800시간을 교도소 재소자와 청소년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헌신했다. 조씨는 1990년 봉사활동 공로를 인정 받아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올초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그는 청주교도소를 찾아 봉사활동을 계속했다.

박씨는 "아내로서 맏며느리로서 2남3녀의 어머니로서 아내는 하루도 쉴 틈이 없었다"며 "그런 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 봉사활동을 하던 아내는 그야말로 억척봉사인이었다"며 회고했다.

교직에 있다 퇴직한 박씨가 이날 기부한 돈 20만원은 박씨의 한달 용돈이다.

박씨는 "이달 만큼은 아내를 위해서 용돈을 쓰고 싶었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살았던 아내의 뜻을 기려 소중한 곳에 써달라"고 부탁했다.

충북지사는 이날 박씨에게 조씨의 봉사정신에 감사하는 내용이 담긴 표창장과 꽃다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