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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환갑 맞은 봉사

어제는 국무총리공관을 다녀왔습니다.
2010년도 자랑스러운 적십자봉사회 시상식이 그 곳에서 있었습니다.

충북에서는 청주부녀봉사회(회장 이복렬)가 밀알상 수상자로 선정돼
대표 봉사원 세 분과 함께 이른 아침부터 서울길에 올랐습니다.

봉사원의 얼굴에는 상을 수상한다는 기쁨과 총리공관을 가 본다는 설렘이 어우러졌습니다.
평소 입고 다니던 봉사원 조끼를 오늘은 벗고
말끔한 정장차림을 하였습니다.

청주부녀봉사회는 충북 적십자 봉사활동의 산 역사입니다.
1949년 9월 27일 충북적십자사가 창립하던 날
이 곳 청주에서 부녀자들이 중심이 돼 결성되었고
현재 23명의 봉사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활동하고 있으며
누적봉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이래
총 60,000여 시간의 봉사활동을 전개했습니다.
현 봉사원 수 기준으로 일인당 3,000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셈입니다.

봉사회 나이로 환갑을 맞이하였는데
한 봉사회가 오랜기간 꾸준히 이어져 내려온다는 건
놀랍고도 축복할 일입니다.

긴 역사에서 말해주듯
봉사원의 면면을 보면 다들 어머님, 할머님 뻘입니다.
연세가 이제 환갑을 넘었고
50대가 막내 축에 들어가는 그런 봉사회입니다.
현재 활동하고 계신 분들도 초창기 활동하신 분들에 비하면
아주 정정하고 팔팔한(?) 나이시지요.

청주부녀봉사회는 아름다운 봉사를 참 많이 해 왔습니다.

재난이 터질 때마다 이재민을 위해 급식을 해 나르고 구호품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요
노후가정 주거개선사업, 김장보사, 연탄나눔, 병원 중환자실 도우미, 시설봉사,
어버이결연사업, 북한이탈주민 정착도우미까지 쉼 없이 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

특별히 저는 홍보업무를 할 때
청주부녀봉사회의 봉사활동을 가까이에서 보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청주부녀봉사회는 과거 미평중고등학교(소년원)을 매월 방문했습니다.
미성년자들의 교정교육을 위한 운영기관에 봉사원들은 매월 한 차례씩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어 방문했습니다.

대개 범죄를 접하게 되는 아이들이 자란 환경이란 열악하고
그들 부모의 삶도 궁벽해 면회조차 오기 어려운 처지였다 합니다.
이를 안 봉사원들이 아이들의 어머니가 되어 실의에 찬 아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합니다.

처음엔 운동장 가득 까까머리 아이들로 가득했다 합니다.

인원이 점점 줄고 시설통합으로 더 이상 방문할 수 없게 되던 날,
봉사원들이 눈물에 젖어 그간의 세월을 회고하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젊은 총각 선생님은 반백의 교장선생님이 되셨고
기운찬 부녀자이던 봉사원들은 이제 그 또래 아이들의 할머니가 되어 있었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한 봉사원으로부터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자신은 "놀면 몸이 아픈데, 봉사하러 댕기면 하나도 아프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며
아이들 한창 자랄 무렵에 봉사활동 마치고 어둑한 밤에 집에 돌아갔을 때
남편이 문을 열어주지 않아 밖에서 밤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남편이 봉사하러 가면 차로 태워주고 끝나면 데리러 온다고 하였다.

그리고 봉사는 이것저것 따져가며 하면 못 한다는 명언(?)을 이야기하신다.

내려오는 버스에서
내일 있을 국수봉사를 위해 집에 돌아가자마자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이쯤되면 봉사는 생활입니다.

60년 세월 선배의 전통을 이어오고
오늘도 봉사활동에 전념하고 계신 청주부녀봉사회 회원들

앞으로도 건강하셔서 지역사회의 등불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함께 참석해서 흐뭇하고 행복한 시상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