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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세상/나는 봉사원이다

나는 적십자 봉사원이다 ① - 최인석 서청주적십자봉사회원

 

 

최인석(56) 봉사원은 밀포도 계원이다. 20039월 태풍 매미가 남해안 일대를 휩쓸고 지나갔다. 당시 나는 입사 한 달된 수습사원이었다. 피해가 심각해 충북적십자에서도 남해군으로 봉사대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다섯 사람이 선발대로 떠났다. 최인석 봉사원은 당시 고참 봉사자였고, 나는 막내대원이었다. 첫날 밤, 우리는 한 곳에서 묵었던데, 숙소 이름이 밀포도 모텔이었다. 이때를 계기로 우리는 밀포도 계원이 되었다.

 

20043월에는 때 아닌 폭설이 내렸다. 고속도로가 마비되고 양계장이 무게를 못 견뎌 무너졌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고속도로 위에선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하고, 기름마저 떨어져 가는 상황이었다. 차를 떠나지 못하고 식사도 못한 채 덜덜 떠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물이랑 라면이라도 제공하기 위해 서청주IC까지 급식차가 진입했지만 들어갈 길이 없었다. 리어카에 몇 가지 취사도구와 생수, 라면을 가득 실었다. 앞은 내가 끌고 뒤에선 최인석 봉사원이 밀었다. 현장에서 구호반으로 가장 먼저 들어간 건 우리였다. 이날도 최인석 봉사원은 선봉에서 봉사하며 날밤을 샜다.

 

최인석 봉사원은 봉사활동이라면 열일 제쳐놓고 달려오는 열혈 봉사원이다. 그의 봉사활동은 까까머리 학창시절부터 시작됐다. 1972년 청주상고 1학년 때 현 RCY(Red Cross Youth) 전신인 JRC(Junior Red Cross) 단원이 되면서 적십자와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단원으로서 겨울방학 때 괴산군 소수면의 한 마을에 들어가 1주일 동안 마을 꼬맹이들과 어울리며 활동하던 때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1988년에는 서청주적십자봉사회에 가입하여 성인 봉사회에도 가입했다. 이때부터 주중주말 가리지 않고 시간이 허락되면 봉사활동을 다녔다. 1990년부터는 괴산 청천에 있는 충북양로원 어르신을 모시고 매년 나들이를 하였고, 1995년부터는 소년소녀가장 시설인 대우꿈동산을 방문해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하였으며, 장애인 시설인 소망의 집을 방문해 급식과 목욕봉사도 하였다.

 

·내외 재난현장도 빠짐없이 다녔다. 2002년 태풍 루사땐 영동에서, 2006년 태풍 에위니아땐 진천 지역에서, 2007년 서해안 기름유출사고 때는 태안 지역에서, 2011년 북부지역 수해피해 때는 서울에서 복구활동에 참여했다.

 

많은 봉사활동이 있지만 그가 잊지 못하는 활동이 있다. 바로 2005년 파키스탄 지진이 났을 때 대한적십자사 응급의료단의 일원으로 국제봉사에 참여했던 일이다. 최 봉사원은 전국 10만 봉사원 중 유일하게 봉사원 신분으로 국제봉사에 선발돼 1달 동안 파키스탄 북부지역인 베샴 지역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부상자 치료를 위한 구호활동을 펼쳤다. 여진에 잠을 자다가도 숙소를 뛰어나오기가 여러 번일 정도로 위험스런 상황이었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임무를 완수했다.

 

최인석 봉사원은 풍부한 활동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복지 증진과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서도 노력하였다. 2007년부터 2년 동안 5천여 적십자 봉사원의 대표인 충북지사협의회장을 맡아 도내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또한 충북사회복지개발회 본부장, 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최근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 5월 북한이탈주민의 지역정착을 돕는 하나센터 센터장이 된 것이다. 국내 북한이탈주민은 이제 3만명 시대를 향하고 있고, 도내 북한이탈주민도 800명을 향해 가고 있다. 사회통합과 비폭력 그리고 평화 증진을 위해 현재 우리 곁에 와 있는 북한이탈주민을 교육하고 사후 관리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명 북한이탈주민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라 믿는다.

 

최인석 봉사원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꼭 40년째다. 쉼없이 달려 온 자원봉사의 길. 한번 해병대이면 영원한 해병대이듯이, 한번 적십자이면 영원한 적십자이다. 왜냐하면 봉사는 시작이 있어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50, 60년 활동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봉사자로서 오래도록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