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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마곡사를 다녀오다

 
새벽부터 잠이 깼다. 어제 먹은 술이 화근이다. 요즘은 이렇게 술을 먹으면 푹 잠이 들어야 하는데 되려 깊게 잠들지 못한다. 타는 목마름에 주방에 가서 물을 연거푸 몇 잔 들이켰다. 오늘 하루도 피곤한 하루가 되겠거니 싶다.

어제는 마곡사를 다녀왔다. 토요일 양평에 사는 동서가 집에 와서 묵었고, 천안에 사는 동서네랑 공주 마곡사에서 만나기로 해 다녀왔다. 그냥 절을 한 번 휘둘러보는 수준으로 생각했건만 막상 먼저 도착한 천안동서네 가족은 지리산 종주라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런 마음과 준비의 불일치라니!

길은 편했다. 포장된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그만이었다. 우선 김구선생이 머물렀다는 백련암을 갔다. 산 정상에 위치한 이 암자에는 못생겼지만 정이 가는 불독이 한 마리 있었다. 앞에서 내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자신도 오른쪽으로 돌리고, 왼쪽으로 돌리면 왼쪽으로 갸웃거리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순하기 그지 없었다. 개도 자신이 사는 곳을 닮는건가.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절에 사는 여섯살 배기 불독은 걱정없이 하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자슥! 깨달은거야?

백련암 위로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마애불이 있다. 아내와 함께 걸어올라가 경건한 마음으로 삼배를 올리고 축원했다. 부처님에게까지 내 마음이 잘 전해졌을까? 산을 내려와 마곡사를 한바퀴 크게 돌아 보았다. 큰 절이다. 절 가운데로 물이 흐르고 산이 주위로 든든하게 보호해 주는 아름다운 터였다. 대광보전도 보고, 대웅전도 보고, 영산전도 보았다. 나는 이 곳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인 영산전에 들어가 천불님 앞에서 다시 삼배를 올렸다.

절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요즘 절을 자주 하고 있다. 108배만 하더라도 쉽진 않다. 절은 나를 돌이켜보는 수행의 방편이다. 절을 하면 잡생각이 사라진다. 무언가를 바라면서 절도 하지만 무언가를 버리기 위해서도 절을 한다. 하루를 보냈는데, 안 좋은 기억이 마음속에 덩어리로 가라앉아 있을 때, 아니면 사람에 대한 미움, 분노가 켜켜이 쌓일 때 나는 절을 한다. 비워내기 위해서, 털어내기 위해서다.

이날 나들이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집에서 마곡사까지는 한 시간도 안 걸렸다. 보은에 있는 속리산 법주사보다도 가깝다는 이야기다. 춘마곡 추갑사라고 하였는데 가을에도 이쁘구나. 종종 찾아와 보련다. 아내와 손을 잡고서


 <사진은 충북일보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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