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와 방안 불을 켜 보니
책상 위에 영어 사전이, 의자 위와 아래에 영어 책이 널려 있다.
고개를 들어 책꽂이를 보니 이빨이 빠진 듯 있어야 할 책들이 없다.
시작되었다. 서윤이가 아빠엄마의 책에 관심을 갖는다. 특히 영어책.
"아빠, 예치니는 영어가 좋아."
아빠엄마는 서윤이라고 또박또박 불러주는데, 서윤이는 자신의 이름을 매번 예치니라고 말한다.
나는 그렇게 들린다.
아직 글도 모르는 서윤이가 1주일 전부터 영어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책꽂이 가장 아랫단에 있는 책부터 빼내고 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 책 덮개에 영어로 된 설명이 프린트돼 있다.
그러더니 높은 곳에 꽂혀 있는 영어책이 눈에 띌 경우 그 책을 내려 달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서윤이가 가리키는 책이 정말 영어책인 걸 보면
한글과 영어의 스펠링을 구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언제까지 이렇게 놀 지 모르겠지만,
영어가 좋다는 네 말에 엄마아빠는 그냥 흐뭇하구나.
책이야 다시 제자리에 꽂으면 되는 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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