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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부산에서

 

 

부산을 떠난 지도 24년이나 지났구나..

누군가 나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물을 때 나는 이제 대답을 하기 전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태어나 어릴 적 살았던 곳과 내가 가장 오랫동안 살고 있는 곳 중 어느 곳이 내 고향인가 하는 고민이다. 나에게는 이런 상황이 하나 더 있다. 나의 전공에 관한 문제다. 대학에 입학할 때 나는 회계학과를 선택했다. 2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다. 그 사이 대학에서는 학부제 바람이 불었다. 군대를 다녀오니 경영학과와 회계학과는 온데간데 없고 둘을 짬뽕한 경영학부가 내 전공이란다. 나의 졸업장에는 경영학부 졸업생이라고 떡하니 적혀 있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회계학과 학생이었다고 소개한다.

 

다시 돌아와 나의 고향은 부산이다. 내가 가장 오래 살고 있는 곳은 제 2의, 제 3의 고향일 뿐이다. 유년의 기억은 대체불가능하다. 나는 복잡한 도시를 좋아하지 않지만, 부산은 올때마다 편안하다. 이번은 출장 건으로 부산을 찾았다. 보통 출장지에 가면 개인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번은 자유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직장동기도 만나고, 광안리도 가고, 예전 살던 동네도 가 봤다.

 

모든 게 변했다. 특히 바닷가 주변은 정말 많이 변했다. 부산의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고 다들 이야기한다. 관심없다. 단지 나와의 추억만이 중요할 뿐이다. 광안리에서 바다와 번쩍이는 다리를 바라보고 돌아가면서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을 진하게 들었다.

 

그 다음 추억의 동네를 갔다. 밤 10시가 넘어서 어두웠다. 어릴 적 뛰놀 던 골목은 상당히 길고 넓었다고 생각들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골목은 넓지도 않고, 길지도 않았다. 내리막 끝에 예전 살던 집이 있었다. 어떻게 여기서 싶었을까 싶은 작은 집. 지금도 누군가 살고 있을 그 집을 여러각도에서 찍고 또 찍었다. 다음으로 그 전에 살던 집을 가 보았다.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도 올라가봤다. 귀신나올 것만 같았다. 하나둘 씩 고향을 떠났지만 친구 어머님이 하는 냉면집은 여전히 있었다. 그렇게 나는 밤을 걸었다.

 

한번은 오고 싶었던 유년의 거리. 다시 이 곳을 찾을 수 있을까? 지금도 20여년 왔는데..앞으로는 글쎄..

동생에게 찍은 사진을 보내 주었다. 함께 떠올리고, 함께 좋아할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이번 부산 방문은 힐링과도 같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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