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한겨레신문에 실린 채현국 선생님 인터뷰를 읽고 나도 선생님의 팬이 되었다.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제목의 인터뷰를 읽고 이렇게 피끓는, 뜨거운 어른도 있구나 싶었다. 늙으면 다들 보수적이 된다는데 젊은 사람보다 깨어있고, 혈기 넘치며, 할 말 다하고, 게다가 파란만장한 인생사까지. 기인의 면모에 흠뻑 빠져 들었다. 그래서 이 기사를 주변 동료에게 소개하기까지 했다.
최근 채현국 선생님에 관한 기사를 인터넷에서 보게 되었다. 책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김주완 기자가 낸 <풍운아 채현국>이 먼저 나왔고, 정운현 전 기자가 낸 <쓴맛이 사는 맛>이 뒤늦게 나왔다. 둘 중 하나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고민하다 <쓴맛이 사는 맛>을 택했다. 작자의 명성에 내 맘이 기울었고, 제목에 끌렸다. 이래서 제목이 중요하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한겨레 기사 때 만큼의 감동은 아니다. 워낙 강렬함을 받아서 기대가 컸나 보다. 짧은 구술에 작가의 소견이 길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이 책에서 채현국 선생님의 몰랐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들이 있어 다시 옮겨 본다.
값진 인생은 최고가 되는 게 아니라 꿈을 이루는 것이다. p 103
집착을 끊으려면 집착하는 그 마음부터 없애야 한다. p106
세상에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예나 지금이나 없는 법이다. p110
선생은 특히 아첨하는 공부를 피해야 한다며 경영학, 정치학을 '아첨 학문'으로 꼽았다. p115
당하고도 안 '달겨드는'사람들은 싫다. 옳지 않으면 거부하고 저항할 줄 아는 국민이어야만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를 지킬 수 있다. p 118
세상에 '장의사적인 직업'과 '산파적인 직업'이 있다고 했다. p120
부모가 밥상머리 교육의 주체라면 학부모는 과외 교육의 주체다. p146
남자는 세 가지 불행만 피하면 성공한 삶이라는 속설이 있다. '초년 출세, 중년 상처, 말년 무전'이 그것이다. p149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 죽음은 휴식이다. p153
나는 누군가가 내게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 손사래를 친다. 난 누군가를 도운 적이 없다. 도움이란 남의 일을 할 때 쓰는 말이다.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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