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직장에서 홍보담당을 했다. 보도자료를 주로 썼다. 간혹 회장님의 연설문을 써야 할 상황이 있었다. 잘 쓰고픈 마음에 어디가면 연설문을 참고할 수 있을까 궁리했다. 결국 찾은 곳이 청와대 홈페이지였다. 우리나라에서 청와대보다 나은 연설문을 쓰는 곳은 없을 테니까.
그때가 노무현 대통령 때다. 연설문을 홈페이지에 올려줘 좋았다. 오픈소스였다. 대통령의 연설문을 읽으면 대통령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대통령과 연설문이 하나가 되는 경지. 그에 비해 나는 많이 부족했다. 쓸 때는 모르는데 읽어보면 알았다. 매끄러운지 아니지를.
내 작업은 언론인 출신 회장님이 오신 뒤 끝났다. 회장님께서 직접 원고를 쓰시는 대리형 회장님이셨기 때문이다. 내 할 일은 회장님이 쓰신 글의 오탈자를 보는 정도. 실제 회장님은 내가 아는 누구보다 글을 쉽게 잘 쓰셨다.
<회장님의 글쓰기> 저자인 강원국은 과거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다. 내가 읽은 글 중에 분명 그가 쓴 글도 있을 것이다. 그의 내공을 알 수 있다. 이번 책은 대통령의 아닌 기업 회장님의 스피치라이터로서의 경험을 살렸다.
참 실용적인 책이다. 그리고 실용적인 글쓰기이다. 이 책은 글쓰기 기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소개하긴 어렵다. 대신 글쓰기 너머 회장님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회장님의 관심을 이야기한다. 회장님의 평가를 이야기한다. 익혀두면 유용한 직장생활의 노하우다. 그래서 끌린다. 꼭 써 먹어보고 싶어진다.
'책읽는 거북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책 2015-12> 쓴맛이 사는 맛 (0) | 2015.03.15 |
---|---|
<오늘의 책 2015-11> 나의 딸의 딸 (최인호, 여백) (0) | 2015.03.08 |
<오늘의 책 2015-9>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놀, 바바라 오코너) (0) | 2015.02.28 |
<오늘의 책 2015-8> 단 (이지훈, 문학동네) (0) | 2015.02.22 |
<오늘의 책 2015-7>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문학동네) (0) | 2015.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