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법정스님이 입적하고, 2013년 작가 최인호도 선종했다. 생로병사(生老病死). 태어나 늙고 병들고 저무는 삶의 과정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다. 우리에게 감동을 주던 두 대가가 떠나고 나서 오히려 아쉬운 사람은 남은 독자들이다. 나 또한 법정 스님의 글을 몹시 좋아했던 한 독자로서 꽃 피는 이 계절 법정스님과 최인호 작가의 대담집<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을 만나게 되니 새 봄 새 꽃을 만난 듯 기쁘다.
본문에서도 언급되어 있듯이, 이 책은 작가 최인호가 살아 있을 때 법정스님의 3주기와 4주기에 맞춰 출간하려 하였으나, 건강 상 이유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 뒤늦게 세상 빛을 본 작품이다. 빼곡함 보다는 넉넉함으로 여백을 살렸고, 사이사이 내용에 어울리는 풍경사진을 충분히 삽입했고, 책 크기도 한 손에 쏙 쥘 수 있게끔 아담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좋다.
책을 펼치면 나는 책 읽는 속도를 낼 수가 없다. 한 글자 흘려 지나칠 수 없고, 한 문장 의미를 흘려보낼 수가 없다. 그래서 책 읽는 속도는 한없이 느려진다. 이 책은 행복, 사랑, 인연, 진정한 나, 말과 글 그리고 진리,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 시대정신, 참 지식, 고독, 종교, 그리고 죽음까지 11가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라면 간디가 말했다던 우리를 파괴하는 일곱 가지 증상을 꼽겠다.
일하지 않고 얻은 재산, 양심이 결여된 쾌락, 성품이 결여된 지식, 도덕이 결여된 사업, 인간성이 결여된 과학, 원칙이 없는 정치, 희생이 없는 종교 등 7가지 증상인데, 지금 이 순간 현대사회의 문제와 그 속에 살아가는 내 마음과 딱 맞아 떨어진다. 거울을 통해 스스로를 비춰보며 자신을 돌아보게 하듯이, 이 책과의 만남을 통해 잊고 지내던 가치를 떠올리며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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