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에겐 적당함이란 애시당초 없어 보인다. 모 아니면 도다. 몇 번 팟캐스트 강좌를 들어봤는데, 그의 강좌, 그의 언어, 그의 레토릭은 사람을 추동케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 솔직함과 직설을 주무기로 사람들을 뜨겁게 만드는 철학자. 어쩌면 철학자와 종교인은 사람들을 광적으로 빠지게 만든다는 면에서 닮아 있다.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강신주, 동녘)>는 강신주 책 중 처음으로 사본 책이다. 불교를 다룬 책이라 끌렸다. 불교는 수가 높은 종교이다. 초월적인 대상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아닌 우리 안에 불성이 있고 수련을 통해 깨닫게 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 중 선불교는 실천을 강조한다. 교학의 이론 중심과는 대조적이다. 그래서 때로는 정해진 형식을 파괴한다. 이 책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는 무문스님이 1228년에 수 많은 화두 중 48개를 압축해 정리한 무문관<The Gateless Gate>의 어려운 의미를 독자의 눈 높이에 맞춰 풀어냈다.
화두에 등장하는 문답은 실로 황당하고, 깨우침을 주기 위한 행위는 상식을 넘어서기도 한다. 한 손가락선을 흉내내는 제자의 손가락을 자르는 구지화상, 불상생의 계율을 어기고 고양이를 베어버리는 남전 화상, 부처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마른 똥 막대기"라고 답하는 운문 스님 등 화두 하나하나 예사로운 것이 없다.
불교는 수가 높다. 초월종교의 대상을 절대적으로 믿는 방식이 아니라 내 안에 불성이 있고 깨달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렇다고 아무나 깨달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주 극소수의 상근기를 지닌 사람들만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그들의 방법은 한결같이 비범했다. 자신을 변화할 수 있고,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두를 넘고자 하는 것도 모두 자유롭기 위함이다. 속박되지 않고, 진정한 자유를 느끼기 위해선 누군가의 길이 아닌 자신 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결국 삶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야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다. 이 책은 결국 그런 결기를 한번 느껴보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강신주의 말이 나를 뜨겁게 했다면, 그의 글 또한 나를 달군다. 한 번의 인생, 대서사의 조연으로 살기에는 인생은 너무나 값지다. 미래는 결국 자신이 어떻게 하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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