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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처음부터 가난하진 않았다.

처음부터 가난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화목한 가정이다가도 식구중 누군가 몸이 아파서, 부모가 이혼을 해서, 가장이 갑작스레 죽어서 하루아침에 평화가 깨지고 가계가 기울기 시작한다.

난 이런 가족을 떠올리다 "한 방에 훅 간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웃기려는 게 아니라 정말 이 말처럼 삶이 흘러갔기 때문이다.

사례1. 
  형제가 있다. 형제는 근육병을 앓고 있다. 할아버지는 암으로 얼마전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장애아이를 돌보느라 다니던 직장도 접고 새벽 우유배달을 해 가며 아이들을 돌봤다. 운이 없게도 오토바이 사고가 나 이마저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생전에 손주들이 많은 다복한 가정을 원했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들을 많이 나았다. 위로 아들 둘, 딸 둘, 그리고 얼마전 막내아들을 얻었다. 아이들 다섯, 어른까지 일곱가족이다. 생계비가 오죽 들겠는가. 처음엔 자기 집이 있었으나 전세에 월세, 이젠 세라도 좋으나 집을 빌려줄 마음좋은 집주인을 만나기가 힘들었다. 결국 시에서 저소득 가정에게 10만원의 임대비를 받고 40평대 아파트를 제공했다. 딱한 이 가족의 사연을 언론에 소개해 가계에 큰 부담이 되는 병원비를 덜어주고자 했는데 막상 방송사에서 집을 방문해서 집이 너무 좋다며 철수했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닌데, 참으로 딱하다.

사례2.
  할머니와 손주 셋이 산다. 조손가정이다. 할머니는 혈액투석을 받고 있고, 몇년 전 유방암에 걸렸다 얼마전 재발했다. 손주들은 쑥쑥 자란다. 대학생, 고등학생, 중학생인데 어려운 형편에 삐뚤치 않고 자라는 것만도 고맙다. 문제는 돈이다. 행정기관에서는 아들이 살아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해주지 않는다. 할머니 집도 처음엔 안정된 삶을 살았다. 자기 집에 살다가 전세로 옮기고 지금은 전세금을 깍아먹으면서 산다. 할머니 집에는 커다란 벽걸이 TV가 있다. 6년전 살던 시절에 장만한 것이 아직도 걸려 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우리 집도 없는 걸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버릴 수도 없고 팔아 치울수도 없는 과거의 편린일 뿐이다.

  두 가정을 접하면서 처음부터 어려운 집은 없다라는 생각이다. 현재로선 가난을 벗어날 뾰족한 대안이 두 집 모두에게서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첫 번째 사례 가정은 올 봄 큰 금액을 방송사에게서 후원받았다. 둘 째 사례 가정은 조만간 후원을 연결해 줄 생각이다.

  희망이 있어야 삶은 버틸만하다. 두 가정에 희망과 행복이 가득하길 빌며 함께 곁에서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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