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첫 머리를 찾는 데 막막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방법을 제안해본다. 국가기록원 사이트에 가보라. 대통령의 과거 연설문을 모아놓았다. 또한 청와대나 총리실 홈페이지에도 현직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의 연설문이 올라와 있다. 대통령 연설문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행사가 망라되어 있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유사한 계기에 대통령은 어떻게 시작했는지 참고해보라. 분명히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글쓰기>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내가 이 대목을 꼽은 이유는 오래전 이 방법을 써 봤기 때문이다. 10년 전, 당시 나는 회사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했었다. 회사는 1년에 한 번 사업보고서를 제작한다. 사업보고서에는 꼭 회장의 인사말이 실린다. 회장의 인사말이지만 회장이 직접 쓰지 않는다. 담당이 써서, 팀장과 사무처장의 검토를 받고 최종 회장의 오케이 사인을 받아야 마무리된다.
회장의 인사말을 잘 쓰고 싶었다. 잘 쓰려면, 잘 쓰는 사람의 글을 많이 읽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글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궁리하다가 청와대 홈페이지를 떠올렸다. 청와대 홈페이지는 연설문, 보고서의 보고(寶庫)였다. 대통령의 수많은 연설문과 보고서를 출력해서 읽었다. 최고 수준의 글을 참고할 수 있도록 정보를 개방한 덕분이었다.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사업보고서 외에도 회장이나 사무처장이 단상에서 말씀할 수 있도록 글을 쓸 때도 가끔씩 참고했다. 대통령의 연설문은 정말 훌륭했다. 글도 유려하지만, 메시지가 분명하고 감동이 있었다. 참 신기한 경험이랄까. 연설문을 계속 읽다보니 어느 순간 대통령의 연설이 내 귓가에 들리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그 정도로 대통령과 하나된 글이었다.
저자 강원국은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연설문을 쓴 스피치라이터였다. 저자는 이 책을 먼저 내고, 다음으로 <회장님의 글쓰기>를 썼다. 나는 <회장님의 글쓰기>를 먼저 읽었다. 책만 오로지 놓고 본다면 <회장님의 글쓰기>가 나에게 더 좋은 공부가 됐다. 대통령의 글쓰기는 참고용이지만, 회장님의 글쓰기는 당장 교본이었으니깐. 암튼 두 권 다 유익하였기에, 다음 책을 기대하게 된다.
저자는 리더라면 자기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소그룹의 리더도 그러할텐데, 한 나라를 이끄는 대통령은 오죽하겠는가. 생각을 글로 표현하지 못한 사람 때문에 국민이 힘들다. 이제 나는 강원국의 블로그에 가서 글을 읽을 것이다. 그러면서 글쓰기 공부도 함께 계속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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