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으로,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용어. 2017년 한국의 노동시간은 2024시간으로 멕시코와 코스타리카에 이어 3위. 대한민국 직장인은 일을 많이 한다. 내 노동시간은 어떤가. 이 시간을 넘는다. 워라밸을 누군들 마다하랴. 그런데 한편으로는 적당히 일하면서 초일류, 초격차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전자.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지만 시가총액 283조로 상장사 1위 기업이다. 2018년 3분기 잠정실적이 무려 17조5000억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초일류기업. 2012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사업부문장에 올라 삼성전자라는 거함을 지휘했고, 2017년 11월 삼성전자의 차세대 기술을 연구하는 종합기술원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권오현 회장의 메시지는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이 책 <초격차>를 읽었다.
<초격차>는 권오현 회장의 경영철학을 간명하게 보여주는 교양서이다. 총 335페이지의 적절한 분량에, 한 페이지 내용이 빡빡하지 않아 읽기가 편하다. 주제는 1장(리더-탄생과 진화), 2장 조직(원칙과 시스템), 3장(전략-생존과 성장), 4장 인재(원석과 보석)로 구성돼 메시지 전달이 단순하고 명확하다. 장별로 내용을 살펴보자.
1장은 ‘리더’를 다룬다. 조직의 흥망성쇠는 ‘리더’에게 달려 있다. 권오현 회장은 훌륭한 리더의 내적덕목으로 “진솔함(Integrity), 겸손(Humility), 무사욕(No Greed)”을, 외적덕목으로 “통찰력(Insight), 결단력(Decision), 실행력(Execution), 지속력(Sustainability)”를 모두 다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크게 공감한 대목은 최악의 리더는 ‘미래를 망치는 리더’라는 지적이다. 높은 위치에서 좋은 것을 실컷 누리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회적 위상을 즐겼지만, 물러나고 난 다음 회사나 조직에 어려움을 발생하게 만든 리더가 최악이다. 절대 공감한다. 높은 자리에서 더 무엇을 남기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명성을 높이기 위해 더 챙기기만 하는 리더는 조직을 말아먹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리더는 조직의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먹거리를 준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2장은 ‘조직’을 다룬다. 리더십이 바뀌면 리더는 조직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 권오현 회장은 리더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는 조직체계를 결정하고 각 조직단위들이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직을 관리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최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최적의 조직을 셋업set-up해야 하고, 그 출발은 리더가 먼저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한다. 현실은 어떤가. 대부분 전략부서에서 짜 놓은 안을 리더에게 보고하고, 리더는 취사선택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을까. 조직 개편이 무슨 연례행사처럼 치뤄지는 것을 본다. 콘크리트 굳기도 전에 다시 부수고 새로 처음부터 다시 하는 모양새다. 결국 역할과 책임(R&R Role&Responsibility)에 맞게 제대로된, 그리고 한번 설계되면 오래도록 지속되는 조직도를 그려야 한다.
3장은 ‘전략’을 다룬다. 시대에 맞게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릴 줄 아는 전략이 중요하다. 잘 하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일류, 초일류가 된다. 백화점식 사업방식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 권오현 회장은 못해서가 아니라 일이 많아서 망한다며 초경쟁 시대에 선택전략을 명확히 하라고 제안한다. 부서마다 직원마다 물어보면 일이 많다고 아우성친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결단은 리더의 몫이다. 당장에는 내부 반발이 있더라도 리더는 과감하게 정리할 것을 새로 채울 것을 결정해줘야 한다. 물론 그 결단으로 인해 복구불능의 상태를 만든느 것은 아닌지 숙고하고 또 숙고한 후에 최종결단을 내려야 한다. 미래는 전혀 새로울 것이다. 사람들의 기호도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4장은 ‘인재’를 다룬다. 인사가 만사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사람을 배치하였을 때 조직은 유기적으로 기능한다. 인재양성 중요하다. 양성 못지 않게 권오현 회장은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사람, 매사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람, 뒤에서 딴소리하는 사람을 반드시 조직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원을 위해 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 조직이 우선이고, 직원이 다음이다. 모든 직원들이 고르게 혜택을 받기 위해선 다 함께 노력하고 다 함께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조직의 현실은 어떤가.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은 많고, 자기 몫을 챙기려는 자도 많으며, 뒷담화는 왜 그리도 끝이 없는지 모르겠다.
KDI는 내년도 국내 경제전망을 금년(2.7%)보다 소폭 낮은 2.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며 경기정점을 지났다고 발표했다. 현대자동차의 3분기 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68.8%나 하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기대치보다 41.6%나 떨어졌다. 반도체 마저 내년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제기사는 전망하고 있다.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리나 첫 문장에는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라는 명구절이 나온다. 안 되는 기업은 분명 놓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골든타임을 이야기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온리원Only one이 되지 못하면 one of them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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