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어른과 저녁식사를 했다.
그 어른이 식사 중에 정희성 시인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를 읽어 주셨다.
시를 끝까지 다 귀담아 듣지는 못했지만, 저녁자리에서 시를 나눈다는 게 참 값진 경험이었다.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임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면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다른 한 어른은 장자를 읽고 있다고 하셨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대목, "무용의 용"을 이야기하면서 요즘 무위의 위에 대해 생각한다고
답했다.
모처럼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해서 좋았고, 인문을 꿈꿀수 있어 좋았다.
풍요로운 세상에 가물어가는 감성을 오랜만에 다시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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