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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할머니 산소를 다녀왔다

할머니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할머니가 계시는 전북 장수군 산서면까지는 청주에서 차로 2시간 30분 거리였습니다.

혼자 갔습니다. 아내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장수군 산서면을 목적지로 네이게이션에 찍고 갔습니다.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탔고, 장수IC로 들어가 장수군청을 지나쳐 갔습니다.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장수군은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고개를 하나 넘어 구불진 길을 내려가는데 전망대가 있었습니다. 이곳은 비행기재이고 해발 471.6m에 위치하고 있음을알려주는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꽤 높은 곳을 넘었네요. 잠시 내려 아래를 보았습니다. 눈이 시원했습니다. 바다에 한려수도가 있듯이, 산은 섬이고 물을 댄 논은 바다같이 느껴졌습니다.

비행기재 전망대

산서면은 한산했습니다. 몇년 전 어른들과 벌초하러 왔을 때 들러서 보리밥을 먹었는데 그 집과 주변은 찾지 못했습니다. 도로 옆 마트에서 조상님께 올릴 북어포를 샀습니다. 마트 주인 어른께 봉서마을 가는 길을 물었더니 쭉 가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기억하던 그 길이었습니다.

봉서마을에 진입하고 보절면 방향으로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오르면서 산쪽으로 있을 산소를 찾아 보았습니다. 풀이 무성해져서 산소를 가리다보니 한번에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풀은 정말 금방 자라는 것 같습니다. 산소 앞에 차를 대고 보니 풀이 어마어마합니다. 높게 자란 개망초(?)꽃이 산소를 둘렀습니다.

산소에 올라가 손으로 풀을 뽑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어 다시 차를 끌고 면소재지로 갔습니다. 목장갑 2개를 사고, 잔디용 가위를 사서 돌아왔습니다. 그때부터 산소 주변에 있는 풀을 3시간 동안 베었습니다. 손으로 뽑고 가위로 자르다보니 풀을 고르게 베지는 못했지만 시야를 가리는 풀을 걷어낼 수 있었습니다.

급하게 와서 준비를 제대로 못했는데 막상 해 보니 뭐가 부족한 지 알 것 같습니다. 갈퀴도 필요했습니다. 다음에는 꼭 챙겨가야 겠습니다. 이왕이면 힘쓸 사람 한 명 더 데리고 가야 겠습니다. 다 마치고 조상님께 인사를 올렸습니다.

3시간을 쉼없이 일했더니 허리가 묵직했습니다. 안쓰던 근육을 계속 써서 그런가 봅니다. 원래 마이산 쪽으로 이동해 기운 좀 받고 돌아오려다가 그냥 가족들이 보고 싶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할머니는 살아 계실 때 손자손녀들에게 참 잘해 주셨습니다. 그 사랑 때문인지 모두들 할머니를 사랑했고, 그리워합니다. 할머니, 보고싶네요. 다녀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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