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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세상

산타할배와 자원봉사


 사무실이 도심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 있다보니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별 감흥이 없다. 5시만 되면 주변이 칠흙같이 어두워진다. 밤은 길어졌지만 일은 줄어들지 않는다. 야근을 하려 해도 시켜 먹을 수 있는 배달음식이 하나 밖에 없다. 중국음식. 생각만 해도 질린다. 아! 이럴 때 산타할배가 짠하고 나타나 맛있는 요리를 선물로 주며 "든든히 먹고 힘내서 일해! 좋은 일 있을거야"라고 격려를 해 주고 간다면 얼마나 훈훈할까. 아마도 눈물이 핑 돌지도 몰라.ㅋㅋ

 우리의 산타할배.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이렇게 나오네. 어린이들의 수호 성인인 성 니콜라스의 별칭이며, 크리스마스 이브에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 준다는 전설로 어린이들에게 아주 친숙한 이름이라고. 

 자원봉사 관리업무를 하는 내가 산타할배에 대해 정리한다. 말하자면 산타할배의 주된 고객은 아동이다. 즉 산타할배는 아동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이 할배 일 참 편하게 하신다. 정말 부럽다. 나도 그러고 싶다. 자원봉사나 사회복지 계통에 있는 사람들은 알거다. 산타할배는 선물을 줘도 대상자 명단 정리할 필요가 없다. 그냥 착한 애들 주면 되잖아. 이거 얼마나 일하면서 기분 째지는 일인가. 현실에서 구호품이라도 배부할 땐 대상자명단 서식에 성명, 생년월일, 주소, 기초생활수급 여부, 연락처, 추천자 등을 적어서 보고해야 하는데 전혀 그럴 필요없다. 다음으로 인수증 받을 필요 없다. 애들 잘 때 슬금슬금 왔다가 몰래 선물 주고는 인수증에 사인 안 받아가도 감사에서 제대로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여부로 깨질 일 없으니까. 셋째로 선물은 어떤 돈으로 구입해 왔는 지 모르겠지만 기업체나 외부 모금단체에 신청서 제출해 지원받았다면 결과보고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잖아. 얼마나 속편해. 마지막으로 애들 몰래 왔다가니 잘 받았는지 사진도 못 찍어 미담사례로 언론에 소개도 못하지만 돌아가는 발걸음 가벼워 얼마나 좋아!

 산타할배는 정말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아이들에겐 영웅이니깐.

 내일밤이면 일년중 산타할배가 가장 바쁜 날. 밤새 선물 나눠 주려면 힘드실거다. 하지만 밤세워 봉사해도 봉사시간은 하루 8시간까지 밖에 못 달아드려요. 정부시간지침이랍니다. 그런다고 산타할배가 시간에 연연하지 않으실 테니까.

 여하튼 모든 아이들이 꿈과 희망 가득한 선물 꾸러미 한아름 받기를 바라며, 잠시나마 엉뚱한 생각, 객쩍은 소리를 해 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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