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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이와 함께하는 세상

크리스마스의 감동은 오래간다

 

 

크리스마스의 감동은 오래간다

| 6~7살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날 새벽에 오줌이 마려워 집 밖에 있는 화장실에 가는데 세탁기 위에 올려져 있던 선물을 발견했다. 만화책 '보물섬'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 책을 가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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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살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날 새벽에 오줌이 마려워 집 밖에 있는 화장실에 가는데 세탁기 위에 올려져 있던 선물을 발견했다. 만화책 '보물섬'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 책을 가슴에 꼬옥 껴앉고 산타에게 감사하며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모른다. 40여년이 지나도 그 밤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감동 탓인지 나는 학창 시절 만화방에서 살다시피 했고, 만화방에 갖다 바친 돈만 합쳐도 뻥 좀 보태 낡은 중고차 1대는 샀을 거다)

세월은 흘러도 크리스마스는 또 돌아온다. 달라진 건 선물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올해 딸아이는 여섯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그런데 이번크리스마스는 조금 조심스러웠다. 딸아이가 산타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약간 받았기 때문이다.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이것 참. 이유는 이랬다.

첫째, 딸아이는 12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라인스케이트가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 선물 얘기를 하면서 아빠 얼굴을 빤히 보고 있었다. 마치 아빠 사 줄 거지? 하는 것처럼

둘째, 잠자리에서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이야기가 나와서 장난을 좀 쳤는데, 딸아이가 울먹거리며 “하늘을 나는 사슴이 어딨어?.”라고 내질렀기 때문이다.

누가 주든 크리스마스의 선물을 빼먹을 순 없지. 크리스마스 이틀 전 인라인스케이트를 온라인으로 주문했고, 크리스마스 전날 오후 도착한 인라인스케이트를 아내가 잘 숨겨두었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고 나서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가져다 두었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날 아침. 다들 자고 있고 시간에 나는 일찍 눈이 떠져서 옷을 갈아 입고 뒷산으로 산행을 갔다. 산을 올라갔다가 거의 다 내려왔는데 주머니 속 휴대폰이 두두두 울렸다.

"여보, 당신 어딨어?"

"어. 나 산에 갔다가 지금 내려가는 길. 거의 다 왔어." 하는데 딸아이 목소리가 중간에 훅 들어왔다.

"아빠 아빠, 깜짝 놀랄 일이 있어"

"아니 뭔데?"

"산타할아버지가 인라인스케이트를 선물로 줬어.”

"(모르는 채) 정말? 와~ 서윤이 정말 좋겠다."

"아빠, 빨리 와야 해."

휴..........................

 

이걸 보니 아직까지는 산타의 정체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집에 도착하니 딸아이는 거실에서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움직여보려 애쓰고 있었다.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놀이터에 나가서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연습을 했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크리스마스의 감동이 아이에게 오래도록 행복한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2020년 크리스마스는 해피하게 끝이 났다.

 

<사진 출처: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