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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휠체어와 밀차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사랑방에 들어갔다가 북한이주민 한 여성을 만났다. 아래를 내려보며 종이컵을 놓고 커피믹스를 흔드는 데 이 여성이 나에게 "저건 왜 모읍니까?"라고 궁금한 지 물었다. 뭔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커피믹스 10만개를 모으면 휠체어를 한 대 준다는 글귀가 보였다. 까닭을 설명해 줬더니 이해하는 눈치인데, 언제 저걸 모으냐며 피식 웃는다. 나도 궁금하다. 언제 저걸 모아서 세게 될런지가. 

 순간 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휠체어가 뭔지 알아요? 북한에서도 휠체어라는 말을 쓰나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여성이 "뜻은 알죠. 휠차라고도 하고 밀차라고도 쓰는데 밀차라고 많이 하죠."라고 답했다. 밀차라. 은근 괜찮은 우리 말이구나 싶다.

 마치 밀차가 남의 나라 말이고, 휠체어가 우리 나라 말 같다. 오늘 나는 무심코 얼마나 많은 영어와 외래어를 썼을까? 이 글을 쓰면서도 커피믹스나 휠체어를 자연스레 이야기한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우리 말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쓰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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