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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고라니 새끼 세 마리

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그러다보니 자연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잘 모른다는 걸 알기에 요즘은 자연에 대해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라면 이사를 꼽을 수 있다.

새로 이사를 하고서 매일 아침마다 걷기를 하면서 주변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모내기한 논을 지나며 오늘은 얼만큼 자랐는지, 연일 찜통같은 더위에 물은 얼마나 빠졌는지 살펴보고,
밭고랑에 심은 고추는 어떻게 크고, 감자잎은 어떻고, 산딸나무는 어떻게 잎이 나는지도 살펴본다.

하루가 다르게 웃자라는 식물을 보면서 내 마음도 풍성해진다.

어제는 사무실 뒤 보리밭에서 보리를 수확하는 농부들을 보았다.
어떻게 보리를 거두는 지 궁금해 후다닥 달려갔다.
밭가장자리부터 안 쪽으로 콤바인이 보리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동료직원 한 분이 곁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였다.
고라니 새끼가 잡혔는데 저 위 트럭에 실려 있다고 하였다. 나는 또 잽싸게 밭둑을 뛰어 올라 트럭에 갔다.
팔뚝만한 고라니가 소리도 못내고 두려움에 떨며 트럭 뒷 칸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보리를 베면서 고라니 새끼가 두 마리 더 나왔다는 거다. 발견하지 못했으면 콤바인에 빨려들어가 큰 사고가 났을 지 모른다. 트럭에 잡혀온 고라니 새끼는 세 마리.
가까운 곳에서 지 어미가 쳐다보고 있을텐데 이래저래 걱정이 되었다.

나는 급히 자리를 떠야 해서 끝가지 보지 못했다.

농부는 보리를 다 베고 그 자리에 고라니를 놓아 주었을까?
아니면 키우려고 데리고 갔을까?
아니면 야생동물보호협회라도 연락해 조치를 취했을까?

새끼는 부모품에서 커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모든 생명체의 새끼는 참 이쁘더라..고라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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