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5만원 권 지폐에 삽입할 인물을 선정할 때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폐족의 처지에 놓였지만 굴하지 않고 학문에 매진하여 목민심서를 비롯해 훌륭한 저서를 내놓은 대학자이기 때문이었다. 5만원 권 인물로 신사임당님이 낙점되었지만,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업적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빛날 것이라 생각한다. 당대에만 그치지 않고 오늘날에도 살아있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가르침은 언제나 적확하고 대단하다.
살면서 그때그때 만나는 인연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냐만은 삶을 바꾸는 만남도 종종 있는가 보다. 시절인연이 반드시 좋을 수 만은 없다. 때론 만남이 내 삶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도 있고, 내 삶을 한 차원 드높여 누에가 껍데기를 벗고 하늘을 훨훨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만남은 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야 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배우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 배우느냐가 큰 차이를 만든다. 처음 영어에 흥미를 가졌던 중학교 3학년 때가 떠오른다. 중학교 1학년부터 영어를 공부했지만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3학년 때 새로운 영어선생님에게 첫 수업을 듣는데 관심이 쏠렸다. 영어수업이 졸리지 않다보니 더 집중하게 되었다. 당연히 영어성적도 높아져 학내 시험에서 연이어 만점을 받았다. 나는 그 선생님의 수업방식이 마음에 들었었나보다. 고등교육으로 갈수록 학문을 이끌어줄 능력과 뛰어난 인품을 겸비한 좋은 스승을 만나야 한다고 본다. 고등학교와 대학시절에 그런 스승을 만나보지 못하고 끝이 난다면 얼마나 서글픈 삶이겠는가.
<삶을 바꾼 만남>은 스승 정약용과 제자 황상의 이야기다. 좋은 습관이 좋은 사람을 만든다. 선생의 큰 가르침에 제자의 부단한 노력이 더해졌다. 또한 스승과 제자는 애틋했다. 신분이 공직에 나갈 처지는 못 되었지만 스승이 이끌어주는 가르침대로 믿고 따랐고, 혼자가 되어서도 시를 놓지 않아 당대에 이름을 떨쳤다. 개인과 개인의 만남은 집안과 집안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만일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강진으로 유배를 가지 않았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을 일이다. 그렇기에 인생은 참으로 알 수 없다.
삶은 과정에 충실할 때 풍성한 열매를 준다. 내 삶에도 이런 만남이 있었던가? 있었다. 앞으로도 있을 것인가? 노력하여 만들기 나름 아닐까..
연말연초 바쁜 일정에 모처럼 두꺼운 책을 소화하려니 시간이 꽤나 걸렸다. 다 읽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
'책읽는 거북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은 도끼다 / 박웅현 / 북하우스 (0) | 2012.01.26 |
---|---|
순간의 꽃 - 작은시편 / 고은 / 문학동네 (0) | 2012.01.14 |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 이현우 / 자음과 모음 (0) | 2011.12.16 |
지금은 없는 이야기 / 최규석 우화 (0) | 2011.12.04 |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랑클 (0) | 2011.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