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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이와 함께하는 세상

숲속에 펼쳐진 자연미술 -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완연한 가을이다.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았다. 이런 화창한 날씨가 다음 주말에도 온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날은 무조건 집을 떠나야 한다. 자연을 보러 떠나야 한다.

공주시 연미산자연미술예술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 숲속의 은신처>전을 보러 갔다. 집에서 차로 40분 정도 거리다. T map을 키고 갔는데, 구불구불 시골길로 안내했다. 들판이 황금색이다. 농부들이 추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해의 결실을 맺는 시간 얼마나 감격스럽고 성스러운가.

 

예술공원에는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돼 사람들이 다 알아서 찾아가게 되어 있다. 더욱이 이 비엔날레는 2004년에 출범하였으니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가 본 사람들도 많을 것이 분명하다. 연미산, 제비꼬리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야외에 나가면 서윤이가 앉아 달라거나 업어달라고 보채기도 하는데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새 또 컸구나. 실내 전시물도 있지만, 자연속의 전시작품이 메인이다. 숲속을 걸으며, 햇빛과 바람을 맞으며, 전시작품을 체험했다. 물론 모든 전시를 다 보지 못했다.

 

 

 

전시작품 중에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프랑스 작가 프레드 마틴의 <나무 정령>. 안내판에는 이런 글귀가 쓰여져 있다.

<나무정령>

대나무로 만들어진 커다란 인간의 머리가

땅 위에 서 있다.

입을 열어 관람객에게 들어오라고 말한다.

머리 안으로.

거인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한 나무를 발견한다.

두개골이 마치 둥그런 돔 같이 생겨서

내부에는 모서리가 없다.

독창적으로 주변 자연과 적절하게 최적화된 형태...

우리의 내적 본성, 우리의 가장 사적인 공간,

우리의 마음

 

나무에도 영이 있을까? 전우익 선생의 <혼자서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서문은 신경림 선생이 썼는데, 13페이지에 이런 대목이 있다.

나무로 만든 물건을 쓰고 있으면 그 나무로 된 물건한테서 나무의 영이 사람한테로 옮아온다고 그는 생각한다. 나무가 가진 좋은 정신, 깨끗한 기운을 사람이 얻게 된다고 믿는다.

맞다고도 아니라고도 단정적으로 말하지 못하지만, 오늘 접한 작품과 오늘 읽은 책 구절에서 나무의 영을 이야기하고 있다.

싸 간 김밥을 벤치에 앉아 먹고, 깔깔 웃고. 서윤이는 바람개비 직접 만들어보고, 사마귀도 보고. 그렇게 오늘 하루 행복 충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