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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아버지의 칠순

 

 

내일은 아버지의 생신이다. 늘 그렇듯이 부모님 생신이 주중에 있으 앞당겨 주말에 함께 식사를 한다. 이번은 더욱 특별한 생신이다. 바로 아버지의 칠순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아버지가 환갑을 맞이하셨을 때 가족 중에 나만 홀로 식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갑작스레 해외 출장이 잡혔었다. 나에게는 직장생활  기회였다.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 출장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그러나 죄송스런 마음이 들었다. 꼭 아버지의 칠순 때는 함께 하리라 다짐했다.

 

무지의 소산. 칠순은 환갑처럼 만으로 세는 줄 알았다. 친구 건희가 우리나라 나이로 지낸다는 걸 몇 달전에 일러줬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그 말이 맞다. 삼주 전쯤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아버지 칠순을 어떻게 보낼 지 상의했다.

 

나는 안다. 아버지를 위한 잔치든 식사든 어머니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전혀 곰살맞지 않은 신랑 성미를 다 받아내며 살아온 어머니의 입에서 흔쾌히 뭔가 대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그건 예의 반응일 뿐, 어머니는 주변 친지들을 모으고 장소를 정하고 음식을 준비하실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내가 준비할 것은 두둑한(?) 자금과 케이크 그리고 과일 정도.

 

대가족 문화에서 칠순은 축제다. 가족들과 온 동네 사람들 모두 초대해 벌이는 한바탕 잔치다. 그러나 잔치까지 하기에는 가족이 단촐하다. 그래도 기쁜 건, 올해는 통통이를 새 가족으로 맞이할 것이기 때문. 우리 가족 모두 뿐만 아니라 아버지에게도 더없이 의미있는 한 해가 될 것이다.

 

멀리 있는 친가 쪽 식구들과는 지난 달 거제에서 식사를 하고 오셨다. 이번은 가까운 외가쪽 식구들과 한다. 외할아버지, 이모부, 이모, 외숙모, 외사촌동생까지 다들 시간을 내어 와 주셔서 고맙다. 케익에 촛불도 끄고, 준비한 음식도 먹고, 곁들여 반주도 한 잔씩 했다. 이모부가 건배사를 했다. "다음은 팔순을 여기서 하자구."

 

묵은 숙제를 마친 듯한 하루였다. 매일 단조로운 일상이겠지만, 간혹 이런 기회로라도 특별한 하루셨기를 바란다. 행복은 건강에서 온다고 믿는다. 자식으로서 아버지가 건강하시길 그저 바랄 뿐이다.  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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