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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어제부터 오늘까지..

짜증이 나고 쉽게 욱한다.
어제오늘 그 양상은 절정에 달했다. 심지어 팀장에게 들이대고 따질 정도로.
속으로 생각했다. 왜지? 내가 교만해졌나?
여러가지 문제가 중첩됐지만, 답은 찾았다..다행히도

어제는 아내가 보고 싶어하는 강연을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유명한 시상평론가가 청주에 와 글쓰기 강의를 하는 데 함께 가기로 했다.
퇴근무렵 선배가 저녁을 먹자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미 약속했으니 솔직히 말하고 거절했다.
그런데 이 시간 무렵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정확히 9일전 고향땅 필리핀으로 보냈던 다문화가족이 돌아올 비행기를 놓쳐
마닐라 공항이 묶였다는 전화였다.
타국에 나가 불상사가 생기면 대책이 없다.
여행을 추진한 여행사에 전화넣고, 본사랑 팀장 처장에게 보고했다.
가족들과 통화를 직접 해 봐야 해서 필리핀으로 전화까지 넣었지만 가족들과 통화할 수는 없었다.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우리나라가 되어선 안 되지 않는가.
설령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을 교훈삼아
다문화가족을 끝까지 보호하는 우리 조직이 되겠다며 나는 서둘렀다. 나는 이미 비상상황이었다.
아내와의 약속은 물건너갔다. 난 자리를 뜰 수 없었다.
그런다고 선배와의 약속장소는 뒤쫓아 가기 뭐했다. 가봐야 남들은 어느정도 취했을테고..
나의 기분은 한없이 가라앉았다. 이도저도 다 어긋난 상황..
집 앞에서 순대에 막걸리를 사 거실에서 마시며 우울함을 쫓으려 노력했다.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다문화가족에게 전화를 했더니 잘 도착했다고 받았다.
무사귀환을 축하드리나, 항공료 문제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왜냐고? 다문화가족 대부분 형편이 궁하니까..

오늘도 기분은 꿀꿀했다.
그래서인지 입 밖으로 말을 꺼내도 힘없고 변명같고 도움 안 되는 것 뿐이다.
기분전환할 겸 퇴근하고 극장에 갔다. "완득이"를 봤다.
주인공 배우가 같이 근무하는 후배랑 똑닮았다. 오상진 닮았다는 후배인데 이제 보니 그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랑 똑 닮았다.
이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다문화가족을 자주 볼 수 있다. 극은 현실의 반영이던가..
그런데 이 녀석 엄마가 필리핀 사람으로 나오네..
마음을 삭히러 갔더니 다시 나를 자극한다..

영화는 그냥저냥 감동과 웃음으로 남았다.

그리고 같은 건물 서점에 갔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에서 내 병의 원인을 찾았다.
책 진열을 워낙 못하는 서점이라 그냥 휙 둘러보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의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을 집어 들었다.
요즈음 TV에서 자주 나오는 이빨깨나 센 교수인데
책을 펴 들었는데 의외로 재밌고 내용 알차고 구성도 좋고 글 좋다.

내가 꿀꿀한 이유는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고 싶은 걸 제대로 못하니 생기는 속앓이였다.
이 책을 다 읽고 보면 나는 좀더 과감해질 것 같다.
그러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겠지만..
그후에 다시 과감해지면 되니깐..

피곤한 이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