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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이와 함께하는 세상

여름휴가 첫 날 - 경주를 돌다

7말8초는 정말 못견디게 덥다. 에어컨 곁이 제일 시원하고 편안하다. 이때는 집에만 있는 것도 고역이다. 떠나야만 한다. 어딘가로. 필히.

최성수기에 콘도 자리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모르니까 검색해 봤다. 그런데, 금요일 경주 **리조트 객실 한 자리가 비어 있는 것을 봤다. 예약취소가 나왔구나. 곧바로 예약부터 했다. 아싸~. 그전부터 아내는 아이에게 경주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경주를 총 다섯 번 정도 갔던가. 부산 살 때 국민학교(우리 때는 국민학교였다) 수학여행으로 경주를 처음 가 봤다. 중학교 때 경기도로 전학을 갔는데, 고등학교때 멀리간다고 경주를 또 가더라. 그후 아내랑 연애하면서, 결혼후에도 갔었다. 이번은 아이와 함께하는 첫 경주여행이다.

다행히도 숙소에 워터파크가 있었다. 이름이 뽀로로아쿠아빌리지다. 아이도 엄청 좋아했다. 뽀로로 캐릭터와 사진도 찍고. 워낙 더운 날인데다가 휴가철이라 그런지 워터파크가 물반 사람반이다. 튜브를 두 개 가져갔는데, 하필 다리받침 없는 걸 들고 가는 바람에 계속 잡아주어야만 했다. 물총을 사서 갔는데, 잘 가지고 놀았다. 미끄름틀을 데리고 갔더니 재밌어 하였다. 미끄름틀까지 줄서서 올라가 아이 내려보내는 일은 내가 맡고, 아래에서 내려오는 아이를 받는 일은 아내가 했다. 10번 정도 탔다. 

한번은 미끄름틀 계단을 올라가는데 아이가 "아빠, 저 혼자할 수 있어요."라고 하는데, 조금 뭉클했다. 여름철 물놀이는 필수다. 자주 못 데려온 게 미안할 따름이네. 여름 중에 한 번 더 집 근처 워터파크를 데려가야 겠다. 워터파크에서 보낸 시간은 총 1시간 40분 정도. 그 정도 빡시게 했더니 몸이 추웠다.

저녁에는 대릉원, 동궁과월지를 다녀왔다. 천마총을 보여주기 위해 갔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이가 다리아프니 업어달라고 조른다. 결국 아이를 업고 천마총까지 갔다. 옷이 땀에 흠뻑 젖었다. 천마총에 들어서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왔다. 천마총에서 아이는 천마도에 관심을 가졌다. 말 생김이 신기했나보다.

신라 금제장신구는 황금색에다 정밀하게 세공해서 화려하다. 모조 장신구를 보면서 아이는 "아빠, 제가 내일 이거 사드릴게요."라고 한다. " 목소리가 까랑까랑한데다 말도 귀엽게 하니 옆에 계신 다른 어른들이 호호 웃으며 "이쁘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천마총을 나와서 길을 건너 첨성대를 보고 동궁과월지로 이동했다.

동굴과월지 주변은 인산인해였다.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금 떨어진 국립경주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구까지 걸었다. 생각보다는 먼 거리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동궁과월지 야경은 이제 경주관광의 최고 인기가 된 듯하다. 입구에서 반짝이는 LED 풍선을 팔고 있었다. 대개 풍선모양을 많이 들고 있었는데, 아이는 하트모양을 사서 들고 다녔다.

동궁과월지 야경은 참 예뻤다. 조명발 제대로 받았다. 작은 호수에 비친 건물의 모습을 먼 발치서 두 눈으로 보면서 감탄했다. 이렇게 인공 연못을 만들어 놓고 신라 왕족들이 환락을 즐겼구나. 길 따라서 줄 따라서 한바퀴 휘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렇게 우리는 경주로 가는, 경주에서의 빡신 첫 날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