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날 그리고 둘째날 오전의 경주여행이 익숙함이라면, 둘째날 호미곶과 국립칠곡숲체원은 새로움이었다.
오전에는 불국사에 갔다. 아침인데도 주차장이 미어터졌다. 햇볓은 쨍쨍. 숨막히게 더웠다. 불국사 입장료가 5천원이다. 법주사도 비싼데, 그걸 능가하다니. 신라시대 조상들은 천년이 지나도 먹고 살 수 있도록 미래 먹거리를 만드셨다. 불국사, 참 아름다운 절이다. 연화교, 청운교, 다보탑, 석가탑 모두모두 사람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그 시절 어떻게 돌을 둥글게 깍았을까, 어떻게 저렇게 커다란 돌을 옮겨 왔을까, 두 석탑은 각기 다르면서도 어쩜 저리 균형미가 넘칠까. 아이는 엄마따라 대웅전에서 삼배를 올렸다. 무엇을 마음속에 담고 절을 하였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부처님께 인사하고 가라고 하니, "안녕"하고 오른 손을 흔든다. 5살 아이의 천진난만함이라니.
다보탑과 석가탑
불국사 전경
무더위를 식힐 겸 커피명가에 갔다. 경주에 온 목적 중 하나. 아는 선배네 집은 가끔 경주여행을 하는데, 이 가게 커피랑 딸기케익을 먹기 위해 꼭 들른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딸기케익을 좋아해서 이 가게 케익을 맛보기 위해 방문했는데, 딸기가 계절과일이라 딸기케익이 없다고 했다. 아이는 오는 차에서 잠이 깊게 들었다. 아내와 둘이서 고구마케익, 블루베리 케익, 커피를 마셨다. 커피맛은 좋았다.
경주를 떠나 포항으로 이동했다. 아이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부산에서 나서 중학교 2학년때까지 살았다. 바다를 많이 봤고, 여전히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에서 나는 음식도 다 잘먹는다. 우리 아이는 바다가 없는 청주에서 살고 있다. 좀 더 광활한 것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최근 아이는 바다가 보고 싶다고 여러번 노래했기 때문에 경주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인 포항을 택했다. 포항구경은 나나 아내나 아이 모두 처음이다. 일출이 유명한 호미곶도 처음이다. 차로 1시간 30여분 운전을 해서 호미곶에 도착했다. 중간에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잠시 쉬었다. 아이는 아빠 휴대폰을 들고 여기도 찰칵, 저기도 찰칵 사진을 찍었다. 이제 피사체를 잡아서 사진도 잘 찍는다. 이 곳에서 우동과 모밀,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호미곶으로 이동했다.
호미곶해맞이광장에 도착하니 열린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사진에서만 보던 손 모양의 조형물도 봤다. 그 위에 갈매기들도. 앞바다는 녹조가 낀 듯 지저분해 보였다. 우리 셋은 호미곶 깡통열차를 탔다. 4륜 오토바이 뒤에 달린 깡통에 한 명씩 몸을 넣었다. 제법 재밌었다. 좌우로 흔들리는 통 안에 앉아 바다쪽 전경도 보고 바람도 맞았다. 아이도 신이 나서 자기 앞의 핸들을 연신 돌려댔다.
동해바다와 작별하고 오늘의 숙소인 국립칠곡숲체원으로 출발했다. 밖은 35도 내외의 폭염이지만, 그래도 자동차 안은 시원했다. 2시간을 차로 달려 유학산을 넘어 국립칠곡숲체원에 도착했다. 작년에는 국립횡성숲체원에 갔었다. 산림이 너무나 잘 조성되어 있어서 좋았는데, 단 하나 에어컨이 없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국립칠곡숲체원은 방마다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었다.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기대없이 갔다가 시설도 좋고 에어컨도 있음을 확인하니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아랫마을 석적읍에 내려가서 저녁을 먹고 다시 돌아왔다. 이름이 참 어렵다. 석적읍. 무한리필 집에 가서 고기를 먹었다. 고기가 1인분에 10,900원. 맛은 그냥 그랬다. 그런데, 고기가 최고급만 있는 것도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다들 최고급을 찾지만 일반 등급의 고기도 생산되는 거고 그런 등급의 부위를 식사로 안주로 찾는 사람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숙소에 돌아와 모처럼 TV 없는 밤을 보냈다. 고단한 하루였다. 그렇게 2일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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