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떠올려본다. 우리 집이 언제까지 연탄을 때었던가를..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께서 연탄보일러를 기름보일러로 교체했으니 거진 내 삶의 절반은 연탄과 함께 했다. 그만큼 추억도 많다. 연탄불에다 밥도 해 먹고 국도 끓여 먹고 김도 구워 먹고 쥐포도 구워 먹고 달고나(쪽자)하다가 국자도 태워먹었지. 연탄가스 마셔서 동치미 국물을 마시기도 했었지. 그때는 불 안 꺼뜨리고 연탄도 잘 갈았는데.
현재는 연탄으로 난방을 하지는 않지만, 세상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화석연료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가스나 기름을 때는 사람보다는 연탄을 쓰고 있는 사람의 형편이 어려울 확률이 높다. 기름을 한 드럼 채우려면 20만원 넘게 들어가고 이 기름으론 한 달을 살기 어렵지만, 연탄은 하루 세 장 갈고 한달에 100장을 쓴다면 5만원 정도가 든다.
그런데 이런 연탄을 사서 쓰기도 어려운 가정이 있다. 이런 가정은 대체 먹는 것도 부실하다. 난방비를 쓰자니 식비가 줄어들고, 식비를 고정적으로 들이자니 겨울이 한없이 춥고 괴롭다. 소위 에너지빈곤가정이다.
얼마전 성금으로 충북도내에 사는 독거노인, 조손가정 260세대에 연탄봉사를 했다. 청주에서도 적십자 봉사원, RCY 고등부, 대학부 단원, 직원 등 50여명이 참가해 사직동과 우암동 그리고 신봉동에 사는 노인가정에 연탄을 드렸다.
40층이 넘는 건물이 들어서고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고 해도 마천루의 그늘 아래 청주에도 이런 곳이 있나 싶은 집들이 많다. 세 사람이 스쳐지나지 못할 정도의 골목도 있다. 이런 곳에서는 지그재그로 줄을 서서 연탄을 갈마들어야 한다.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반나절을 보내니 어느덧 모든 가정에 연탄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창고에 곡식이 쌓여 있으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겠지. 연탄이 쌓여 있으면, 그나마 안심이 되어 발뻗고 잘 수 있지 않을까?
어느덧 11월도 저물고 있다. 계절이 계절다와야 겠지만 올 겨울은 조금 덜 추워주면 좋겠다.
2011.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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